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국방장관과 만나 회담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국방장관과 만나 회담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고, 사우디도 이에 동의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방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얘기를 나눴고,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의 혼란과 장애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사우디의 석유 생산을 대략 200만 배럴까지 늘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그에게 설명했다”면서 “살만 국왕은 동의했다!”고 올렸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이처럼 석유 생산을 늘려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일은 드물다.

최근 이란 제재를 재개한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에 이란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라고 한 조치와 연관된 방침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석유 수출국인 이란의 석유 유통량이 줄면서 유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미국의 기준 유가는 74.15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국왕의 통화 사실을 인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구체적인 증산 목표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두 정상은 통화에서 석유 시장의 안정과 국제경제 성장을 유지하고자 노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산유국들이 잠재적인 공급 부족을 보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200만 배럴’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증산) 요구를 충족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만 말했다.

다른 사우디 관료도 이 신문에 “사우디는 하루 1100만 배럴을 초과하고 싶어 하지 않고, 현재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의도도 없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 증산 압박은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원유 공급 부족과 여름철 수요 증가로 유가가 급등하면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앤트완 해프 미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AP에 “트럼프 지지층은 미국 휘발유 가격 인상에 가장 민감해 할 유권자층”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증산 요구가 중간선거에 대비하는 차원인 동시에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석유 생산을 늘리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석유 전문가 필 플린은 200만 배럴 증산이 실현되면 당장은 유가를 배럴당 2∼3달러 낮출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겨울철까지 수요가 증가할 것을 고려하면 이런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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