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6.25 한국전쟁 발발 60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올 한 해 수도 없이 대뇌였을 법한 말이다. 최근에는 일본으로부터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확답 받았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반면 씁쓸한 일이기도 하다. 약탈 문화재로서 당연히 돌려받아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반환 발언에 그저 즐거워만 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우수한 문화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정신문화를 가진 민족으로 꼽혔다. 외세의 무수한 침략에도 전통과 뿌리를 잃지 않기 위해 강한 정신력으로 버텨온 민족이었건만 살기 위해, 어느 순간 세상을 뒤덮은 물질문명에 의해 민족의 자주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소중하지만 생활의 일부처럼 친숙했기에 약탈당하면서도 심각한 줄 몰랐던 선조들의 유산이나, 알면서도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문화재들이 오늘날 조국을 향해 돌아가고 싶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약탈 문화재 환수에 대한 정부의 활동은 솔직히 미흡하다. 전에도 미흡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반면 개인이나 단체에 의한 문화재 환수 운동은 활발하다. 개인이 움직이는 것이기에 후원도 적고, 진행도 느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문화재 환수 운동을 벌이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아마도 “정부는 어쩌고?”일 것이다. 약탈 문화재의 정확한 목록도, 환수 받은 문화재의 목록도 뭐 하나 제대로 정립되어 있는 게 없다. 외려 환수 받은 문화재 행방도 모르는 지경이다. 약탈국의 웃음소리와 우리네 선조들의 울음소리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 같다. 찾고자 하면 찾을 것이고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찾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몸이 움직일 것이고, 몸이 움직인다면 분명 문화재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보일 것이다.

문화재 환수는 단순 유형의 물건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다. 문화재를 찾는 것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는 것이요, 잃어버린 정신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러하니 정부도, 국민도 문화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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