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이후 전격 중단됐던 대북지원이 민간차원에서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밀가루 300톤을 개성육로를 거쳐 북한에 가지고 갔다. 정부가 정치상황 때문에 선뜻 하지 못하는 것을 종교인 차원에서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종교인 모임과 함께 방북한 박남수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은 “우리의 역사를 놓고 볼 때 국가와 민족이 어려울 때마다 종교인들이 모든 사상을 버리고 오로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힘을 합했다”면서 “천안함 사태로 전쟁 이야기가 오가고 이로 인해 대북지원에 차질이 생기자 인도적 차원에서 종교인들이 마음을 모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라에는 국경이 있지만 종교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번 방북으로 종교인들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북한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정부도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에는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 북한은 압록강이 범람하는 등 엄청난 수해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북한은 신의주 홍수 피해와 관련해 유엔 등에 긴급 구호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천안함 사건 이후 ‘5.24 조치’로 북한을 제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지원을 본격 재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정치적으로 힘들다면 민간차원의 지원이라도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한 방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한상렬 목사가 정부의 승인 없이 북한에 방문한 바 있다. 종교적 양심에 따른 행위라는 이유로 실정법을 어긴 것도 문제지만 북한에서 남한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북한체제를 찬양한 것은 그의 방북 목적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어떤 면책 특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법을 지켜야 한다. 법질서를 존중하면서도 정치색을 철저히 배제하고 북한의 어려운 상황에 처한 동포들에게 순수한 사랑을 보내는 것이 종교적 양심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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