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 한국정책홍보진흥회 회장

김태호 총리내정자가 여야 인사청문위원들과 중요당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잘 봐 달라”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참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김 내정자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마저 앗아가 버린 참담한 작태이다. 김내정자는 지금 수험생의 입장이다. 수험생이 국민을 대표한 시험관들에게 시험을 본 후 채점을 잘해달라고 전화를 걸어 로비를 한 것이다.

지금이 왕조시대는 아니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은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국민정서다.

그만큼 총리의 역할은 막중하고 그 자리는 국민적 신뢰의 표본이 돼야 한다. 이런 자리에 내정된 사람이 만일 일반 수험생들이 시험을 본 후 시험관에게 전화하여 청탁을 하는 당장 범죄가 될 만한 행위를 아무 거리낌 없이 태연하게 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그는 이미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선 범죄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수험생은 자신의 실력으로 최선을 다한 후 시험관의 채점을 기다리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상식이며 시험제도의 가장 원초적인 규범이다.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상식과 룰을 무시하고 총리자리를 시험관과 흥정하듯 전화로 밀실 거래하려는 사람이 만인 위에서 국민을 통합하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정부의 국정 후반기 화두는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통령을 대리해서 내각을 통할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할 총리가 국민정서는 아랑곳없이 청문위원들에게 청탁전화를 하여 총리가 된들 국민이 진솔한 마음으로 그를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이 시점에서 김 내정자가 진정으로 자신의 과오를 반성한다면 청문위원들에게 전화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스스로 사퇴하는 것만이 대의(大義)일 것이며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참 정치인의 성숙한 모습일 것이다.

김 내정자의 처신은 이미 개인적인 영욕의 범주를 넘어서 국가적인 중대 사안이 되었으며 임명권자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측정의 바로미터가 되었다.

자신의 명예와 이명박정부의 남은 후반기 국정좌표,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법치가 살아있는)를 냉엄하게 평가하여 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길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개각에서 만에 하나라도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지 못하는 국무위원이 나온다면 이번 인사검증에 참여한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을 기만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이 신이 아닐진대 개개인의 과거를 속속들이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항력(不可抗力)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혈세로 참모들에게 책임을 맡긴 것인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대통령에게 누를 끼쳤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 아닌가?

지금 많은 국민은 이 정부가 과연 국민과의 소통을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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