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성폭력 후유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독교여성상담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9
다양한 성폭력 후유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기독교여성상담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9

성폭력을 당한 여신도들이 피해사실을 공개하는 건 한국교회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투운동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어렵게 입을 떼고 있지만 도리어 적반하장식으로 ‘꽃뱀’이나 ‘이단‧사이비’ 소리를 듣기 일쑤다. 자기 목회자 감싸기 때문에 옹호 측으로부터 2차‧3차 피해를 입고 후유증으로 대인 기피증까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가해와 2차‧3차 피해를 막기 위한 대안이 절실한 이유다. 이번 호에서는 성폭력이 피해자에게 남기는 후유증과 성폭력을 당했을 때 대처법, 개신교 내에서의 대응을 살펴본다.

성폭력, 신체‧정신 후유증 심각

법적 대응 대비 위해 ‘증거확보’

주변인에 알리고 도움 청해야

한국교회, 지원 네트워크 조성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1. A씨는 2016년 자신이 다니는 교회 B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미투에 동참했다. 결과는 2차 가해였다. 교회 교인들은 남편 직장에까지 진정을 넣고, 교회에 갔을 때는 B목사 옹호 측으로부터 심한 욕설은 물론 “네 목을 따버린다” “골목길 조심해라” “죽여 버린다” 등 폭언을 들어야 했다. A씨는 현재 충격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하며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사람이 많은 곳도 기피하게 됐다.

#2. C씨는 자신의 지인이 2015년 9월 선교지에서 D선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알고 교회에 알렸다. 그러나 교회 측은 모든 사실을 알고도 문제를 덮기 위해 ‘부부사랑 세미나’를 선교지에서 열었다. 이후 C씨가 계속 문제를 삼자 해당 교회 E목사는 교인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며 D선교사를 살려야 한다고 오히려 두둔했다. D선교사는 해당 사실에 대한 언론 공개와 공청회 개최 후 사임 처리됐다.

#3. F씨는 교회담임 G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즉각 사과를 요청했다. 그러나 G목사는 F씨를 이단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사과는 들을 수 없었다.

성폭력은 피해를 당한 순간 뿐 아니라 이후에도 피해자의 전인격에 걸쳐 깊은 상처와 광범위한 후유증을 남기고 있었다.

기독교여성상담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는 자신감 상실, 가족‧대인관계 불균형 등 점차 환경으로부터 고립‧단절된다. 또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대한 억압‧부정‧해리 등 방어행동을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인격장애 및 여러 심리적인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정서적인 후유증도 상당하다. 불안 두려움 우울증 공황장애 수면장애 섭식장애(거식증, 폭식증) 무력감 분노 죄의식을 비롯해 자해 자살충동 신경쇠약 정신분열까지 일으킬 수도 있다.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대인기피뿐 아니라 남성에 대한 혐오,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등 사회활동을 회피하게 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신체적 고통도 수반된다. 폭행으로 인한 외상 골반통 두통 성병감염은 물론 지속적인 출혈 생리중단 임신 등 흔적을 남기게 된다. 어린 나이에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질파열과 불임 등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입기도 한다.

원치 않는 성관계에 따른 성적인 후유증도 심각하다. 부부 간의 성행위 기피, 불감증, 성애적인 행동, 강박적 성행동 등 성행위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자신이 흠 있고 더러워졌다는 생각에 자포자기해 윤락가에 빠져들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 성폭력 당했다면? 도움 청하고 증거확보해야

자신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전문기관에 연락해 도움을 청하는 게 좋다. 또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 주변의 신뢰할 만한 사람들에게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조언과 도움을 구해야 한다. 피해사실을 주변인에게 말해두면 법적대응에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거도 보존해둬야 한다. 피해 발생 직후 해바라기 센터에 방문하면 연계된 병원에서 증거채취 및 의료진원을 받을 수 있다.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로 병원에 가야 한다. 만약 갈아입었다면 피해당시 입었던 옷을 종이봉투에 보관해야 하고, 72시간 내에 전문기관에 제출하면 된다. 상해를 입을 경우에는 병원에 가서 ‘성폭력 피해로 왔다’고 진술하고 진단서를 발급 받아놓으면 된다. 강간피해의 경우에는 몸을 씻지 말고 48시간 내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고, 임신 우려가 있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72시간 내에 사후 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

기록도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포함해 사건에 관한 모든 것을 육하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기록하고 증거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가해자에게는 행위에 대한 시인과 사과를 받고 대회 내용 녹음 및 문자 내용 등을 보관해야 한다. 개인적인 사과로 만족할 수 없을 시 교회에서 공개사과를 하고 교회 또는 노회의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가해자가 시인을 하지 않거나 사과가 미흡하다고 여겨질 때에는 고소도 가능하다.

◆근절 위해선 교단‧교회‧지도자‧신도‧사회 도움 필요

전문가들은 교회 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해서는 교단‧교회와 교회지도자 개인, 신도들, 사회가 해줘야 할 역할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독교위드유센터가 제시한 지침에 따르면 먼저 교단에는 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교회법을 제정해 성폭력 범죄 규정을 명시하고 가해자 처벌을 하거나 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성폭력 예방 지침서와 교재를 만들어 교회와 신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교회지도자를 위한 전문상담소‧자체정화기구와 피해자를 위한 시설 설치‧운영도 요구된다. 교회 내에서 행해지는 모든 성폭력 진상규명 및 근절,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피해자에 대한 의료‧법률‧심리적 지원 및 금전적 지원 등도 제안됐다.

센터는 주로 가해자가 되는 교회지도자 개인을 향해서는 자신의 성에 대한 가치관을 성찰해보고 성적 욕구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를 당하는 입장인 신도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평소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하는 태도를 갖고 불쾌한 성적인 접촉이나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분명한 거부의사를 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상담이나 심방시 교회지도자와 단 둘이 있는 경우를 삼가고 교회지도자를 우상화하거나 절대시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센터는 성직자 관련 성폭력과 같은 신뢰관계에 잇는 자의 성폭력 행위에 대해 가중처벌을 할 수 있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올바른 성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 공교육 정규교과과정에 성평등 교육을 포함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개신교계 내에서는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해 성폭력피해상담 창구를 개설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한국교회 교단 중 최초로 교단 자체적으로 교회성폭력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독교위드유센터도 지난 19일 설립됐다. 피해자는 센터를 통해 목회‧의료‧법률‧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소속 교단에 관계없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도 내달 개소한다.

기독교여성상담소장 채수지 목사는 “성폭력은 피해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과 해당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힘으로써 관계망 자체를 오염시키는 범죄”라며 “피해의 치유는 피해자를 둘러싼 관계망의 치유가 돼야 하고, 교회공동체의 관계성 회복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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