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영상으로 전하는 그의 메시지에 모두 감동했다. “제가 작은 역할이나마 잘 할 수 있도록 아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육상과 스포츠라는 인연으로 만난 체육관계 선후배 여러분, 학교에서 사제지간으로 고락을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육상인으로, 체육 행정가로, 교수로 고귀한 일을 잘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난 22일 한양대 안산캠퍼스 예체능대학 남상남 교수의 정년퇴임 출판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인생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 이날 기념식이 여느 것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여러 출판기념회와 정년퇴임식를 지켜봤는데, 이날 자리는 가슴 한편이 숙연해지면서 먹먹해졌다. 주인공 남 교수는 직접 영광의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으로 자신의 소회를 밝혀야 했다. 

2년 전 폐암진단을 받고 성공적인 수술을 했던 그는 그동안 항암 치료를 받아왔는데, 출판기념회가 있기 수일 전 생긴 합병증으로 인해 이날 지인들에게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꼭 참석하겠다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두 아들을 대신 보냈던 그는 행사 중간되는 도중, 영상통화로 참석할 수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그동안 자신과 함께 했던 많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밝혔다.
“여러분들의 격려와 위로로 암을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병마와 싸워 건강하게 일어서고 싶습니다. 오늘 좋은 자리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며 그는 투병에서 이길 것을 다짐하고 참석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街道 남상남의 달려온 길 걸어갈 길’이라는 그의 회고록에는 암 투병기와 함께 육상인, 대학교수로서 지난 수십년을 살아온 삶의 이야기들이 잘 담겨있다. 청주 중고등학교에서 육상선수를 하기도 한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ROTC 장교로 남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공수부대를 자원했고, 육군사관학교 체육처 교관으로 본격적인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1986년 군 소령에서 예편하고 한양대로 옮겨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많은 제자들을 배출한 그는 육상연맹, 학술단체에서 여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체육학술단체의 본산인 한국체육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체육, 스포츠과학의 학문적 발전에 이바지했으며, 한국 육상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에 대한육상연맹 전무이사를 맡아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하기도 했다. 

정년을 얼마 앞두고 암 진단을 받은 그는 고통스러운 치료과정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정신력과 의지를 보였다. 병마에 지친 몸을 추스르며 그동안 체육계와 학계에서 활동했던 경험과 지식 등을 원고로 하나 하나 정리해 나갔다. 그의 회고록은 꺾이지 않는 혼으로 엮어낸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이면 암투병기를 꺼려할 만도 한데 솔직 담백한 그는 평소 모습대로 모든 것을 밝히며 건강에 자신감을 갖는 이에게 경종을 울리면서 자신은 암과의 싸움에서 꼭 이겨내리라는 희망의 증거록으로 삼으려 했다. 필자는 군 선배인 그와 체육학회를 비롯해 체육학술단체와 사회단체에서 같이 활동을 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문제로 대전환기를 맞은 한국체육의 중요한 고빗길에서 그는 체육학자로서의 숭고한 사명감을 갖고 먼 미래를 내다보는 깊은 통찰력으로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육상인으로서 현재 세계육상과 큰 차이를 보이는 한국육상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고민하며 독자적인 발전방안을 회고록 말미에 제시하기도 했다. “못하면 바닥도 없다”는 말로 한국육상의 현실을 지적하고 중고와 대학육상이 발전해야 하고 지도자들이 변해야 한국육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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