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94년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스님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 후 침묵한 채 앉아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0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94년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스님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 후 침묵한 채 앉아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0

“조계종, 무책임·부도덕·무능력한 집단”
단식 선언한 지 8일째… 건강 ‘빨간불’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설조스님이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지 오늘(28일)로써 8일째를 맞았다. 90세를 앞둔 고령의 스님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이 감지됐다.

설조스님의 주치의를 맡은 내과 전문의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은 27일 “체중이 6kg가량 줄었으며 맥박이 중간에 끊어지는 등 부정맥이 감지되고 있다”며 “단식 중 부정맥이 발생하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어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료 후 설조스님은 “나는 괜찮다. 아직은 버틸 만하다”며 단식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6일 조계종의 개혁을 위해 단식 중인 설조스님은 “MBC PD수첩의 방영으로 드러난 예가 ‘허물의 전부’라고 할 수 있겠냐”며 “1700여년을 이어온 작금의 한국불교는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다”고 거센 비판을 가했다.

1994년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원로 설조스님은 “미납이 이렇게 누추한 노구를 이끌고 단식에 나선 것은 조계종이 뿌리부터 썩어들어 통째로 무너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재작년 광화문의 촛불에서 ‘이게 나라냐’는 백성의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이게 불교냐’는 비난을 듣게 됐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설조스님은 “스님들이 상습도박을 해왔고, 숨겨둔 아내와 자식이 있으며, 성폭행을 해왔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무서운 것은 종단이 이 지경이 돼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일”이라며 “이렇게 무책임하고 부도덕하고 무능력한 집단의 일원이라는 죄책감에 부득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설조스님은 “미납의 낡은 이 몸뚱어리를 버림으로써 종단이 바로 서고 국민이 신뢰하는 불교가 될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설조스님 성명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8
설조스님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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