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양심적 병역거부, 불법 맞지만 형사처벌은 가혹”… 대안은?
[전문가] “양심적 병역거부, 불법 맞지만 형사처벌은 가혹”…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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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천지일보(뉴스천지)DB
헌법재판소. ⓒ천지일보(뉴스천지)DB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헌법학 교수

“군내에서 집총 않고도 복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

“감옥형 대신 치매노인‧중증장애인 돌봄노동으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게 헌법에 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다만,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같은 법 5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 선고를 진행했다.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이번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병역의무 거부=형사처벌’ 유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그간 병역법 위반에 대해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을 선고해 왔다.

2013~2017년 8월까지 5년간 종교 및 기타 신념의 이유로 입영 및 집총을 거부한 남성은 총 2356명이다. 이 중 1693명은 이미 실형을 확정받았다. 병역거부자들은 기소되면 징역 1년6개월 징역형을 받는다. 지난 60년간 이 건으로 수감된 병역거부자가 1만 9000여명에 달한다.

헌법재판소에는 병역법 해당조항의 위헌여부를 가리는 소가 현재 30여건 제기돼 있다.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게 위헌이라는 주장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은 2004년 8월, 10월, 2011년 8월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대체복무제 규정 없는 법안 ‘불합치’

그러나 헌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이에 헌재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예비역·보충역·병역준비역·전시근로역 등으로만 규정한 병역법 제5조를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결정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는 등 법을 개정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은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거세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동국대 법학과 김상겸 헌법학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합헌 논란과 관련해 “지금 우리나라 헌법구조를 보면 다른국가와 달리 국방의 의무가 규정돼 있다”면서 “그러다보니 국방의 의무의 병영법상의 의무는 일종의 헌법상 의무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헌법에 의해서 부여된 의무인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당연히 법적인 책임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병역을 거부하는 국가는 다양한 형태로 대응해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며 “징집으로 병역의무를 하게 하는 국가가 그리 많지 않다보니 점차 양심적 거부권이 등장하게 됐다”고 논란이 확산되는 이유도 분석했다. 그는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며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체안은? “비군사 부분 복무” “돌봄노동”

김 교수는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형사처벌이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는 것”이라며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입장에서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김 교수는 “병역법 88조 해당 조항의 불합치 결정을 내려서 사회봉사 영역 요원으로 활동 할 수 있게 제도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이날 헌재는 형사처벌과 관련한 법안에 대해 불일치 결정을 내렸다.

김 교수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집총 거부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복무 정책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내에서도 부수적인 행정, 취사, 봉사 등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군사훈련을 통한 병역의 의무 뿐 아니라, 비 군사적인 부분에 투입이 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면 불만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대체복무제에 대한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김 소장은 천지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는 1년 6개월 감옥형을 내리는 방식으로 형벌을 내리고 있는데, 선진국에서는 감옥이 아니라 돌봄노동을 하도록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노인에 대해 국가보장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치매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을 돌보게 하는 등 돌봄노동으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소장은 대체복무 기간과 관련해 “처음에는 군 복무기간보다 길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너무 과중하게 길게 나오면 징벌적 대체복무제라고 해서 지적이 나올 것이다. 현 병역 기간과 같거나 2년 이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논란이 여전히 있을 수 있지만 국가가 입장을 확실히 하고 논란을 정리해줄 수 있는 법을 마련하고 교육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8월 30일 대법원도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사건 2건에 대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연다. 양심적 병역거부 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건은 지난해 44건, 올해는 28건이 나왔다. 양심적병역거부는 주로 종교적인 이유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공개변론 재판대에 오르는 사건의 피의자도 2명 모두 ‘여호와의증인’ 신도다. 

‘여호와의증인’은 기독교계통 종파로 이사야서 2장 4절과 마태복음 26장 52절 등 ‘전쟁을 연습하지 않는다’ ‘칼을 쳐 보습을 만든다. ‘칼을 드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등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신앙적 믿음으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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