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만나본 박물관] 한산모시에 깃든 땀과 애환, 모시 ‘삶’을 입다
[이달에 만나본 박물관] 한산모시에 깃든 땀과 애환, 모시 ‘삶’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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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천지TV=김미라 기자] 잠자리 날개 같은 고운 촉감, 백옥 같은 빛깔의 모시.

어머니에게서 딸과 며느리에게로

4000번의 손길을 거치고서야 완성되는 한산모시엔
대를 이어 내려온 한산 여인들의 땀과 애한이 담겨있다.

1500년간 이 땅에 터를 잡고 살아온 모시풀.

잘 자란 모시풀은 줄기에서 껍질을 벗겨 섬유로 만드는데

머리카락보다 가는 모시실을 한 올 한 올 짜면
시원한 옷감의 주역, 모시가 된다.

취재진이 찾은 곳은 굽이굽이 흘러온 금강 줄기가
서해로 빠져드는 길목에 위치한 충남 서천군 한산면.

한산을 비롯한 저산팔읍(한산,서천,비인,임천,홍산,보령,남포,정산)일대가 모시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과 배수가 잘 되는 토양 등 고온다습한 기후조건을 갖춘 한산 모시는 섬세할 뿐만 아니라 단아하고 청아한 멋까지 겸비해 모시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 섬세함의 이면에 한산 여인들의 솜씨가 있다.

(인터뷰: 방연옥 | 국가무형문화재 제14호 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모시한필을 하려면 침이 세 대. 땀이 서 말. 여름에는 막 땀이 뚝 뚝 뚝 떨어져도 짜야 하니까 베판이 다 젖어요. 그래서 침은 세 대, 땀은 서말이라는 말이 옛날부터 어른들이 그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진짜 땀이 나고 진짜 침으로 다 쓸어내리고 지금은 어른들은 연세가 많으니 침도 얼마 없으니 물 떠다놓고 해도 물 발라서 하는 것과 침으로 하는 것은 전혀 달라요. 침을 많이 발라서 매끈하게 해줘야 모시가 매끄러워요. 그러니까 침이 진짜 제일 중요한 게 침이에요.”

모시는 습기의 공급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수시로 날줄의 마른 부분을 적셔야 한다. 이 때 꼭 필요한 것이 침. 특히 세모시는 통풍이 잘 되는 방이나 마루에서는 짤 수가 없다. 습도의 공급이 부족하면 금세 끊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운 복중이라도 움집에서 모시를 짜야하는 이유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질기디 질긴 모시가
한 많은 세월 인고의 노력으로 삶을 지어낸 서천 여인네들을 보는 듯하다.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흔히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모시 역시 마찬가지. 서천군은 2007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시스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산모시를 널리 알리고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녹녹치 않다. 호기롭게 배우러 왔다가 중단한 사람도 많다.

외롭고 고단한 작업. 그 시간을 인내하며 모시를 묵묵히 매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뷰: 조복숙 | 모시스쿨 수강생)
“서천군에서 모시스쿨 뽑는다 해서 신청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3년 과정을 했는데 아직 서툴러서 선생님한테 더 배우느라고 모시를 보면은 참 섬세하고 입으면 시원해 보이고 깔끔하고 입은 옷태가 예쁘잖아요.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배워야죠.”

(인터뷰: 김민선 | 모시스쿨 수강생)
“지금 50대인데 (모시를 짜는) 선생님들도 다 70대가 넘으셨어요. 하나하나 배우고 나면은 내가 혹시라도 잘 가르쳐서 후배가 저한테 배울 수도 있고 이런 자부심을 느끼면서 배우고 있거든요. 한산모시는 저한테 1500년 전통의 모시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하나의 꿈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한지연 | 모시스쿨 수강생)
“단계별로 올라갈 때마다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고 이걸 완성했다는 뿌듯한 감은 진짜 말로 못 할 것 같아요. 우리 아이한테 엄마도 늦은 나이지만 내가 뭘 이런 걸 배워서 도전해본다는 그런 것도 아이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모시를 키워낸 건 비와 거름이라지만
지난 1500년간 모시를 지켜온 건 우리의 자부심과 애정일 것이다.

유네스코 지정과 함께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한산모시.

모시한필이 갖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음은
한 가정을 일구고 삶을 살아냈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오래 입어도 그 빛이 바래지지 않고
빨면 빨수록 더욱 윤기가 흐르는 모시처럼

늘 한결같은 사람으로 그 누군가에게 기억되길 바래본다.

지금 충남 서천에 가면 한산 여인들의 베 짜는 소리가 한창이다.

(영상취재: 김미라·장수경·이태교 기자, 편집: 김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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