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 해명를 위해 꾸려진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발족식을 열고 있다.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각종 의혹 해명를 위해 꾸려진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발족식을 열고 있다. (제공: 대한불교조계종) 

위원회에 개혁 측 인사 안 보여
“전 총무원장 ‘방패막이’ 다수”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각종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만든 ‘교권자주 및 혁신위원회(교권자주혁신위, 위원장 밀운스님)’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크다. 혁신위는 이미 출범 전부터 잡음이 일었고, 위원회 발표 이후 요직 인사들이 대부분 설정스님 측이라는 비판이 크다.

교권자주혁신위는 조계종의 종령기구다. 교권자주혁신위 산하에는 종단자주권수호위원회·의혹규명및해소위원회·혁신위원회등소위원회가 있다. 이 위원회들은 종단 최고위 인사 52명으로 꾸려졌다. 그런데 이 중 22명이 설정스님의 ‘방패막이’라는 지적이 있다. 나머지 스님들도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종단을 옹호하는 인사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단 위원장인 밀운스님부터가 설정스님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밀운스님은 지난 18일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과 인터뷰에서 “설정스님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한 만큼 종도들은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100% 믿고 따라야 한다”며 설정스님 옹호 노선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설정스님이 총무원장이 될 수 있는 바탕이 됐던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라인’들도 보였다. 자승 총무원장 당시 중앙집권적 체제가 강화돼 자승스님의 적극적인 지지 없이 차기 총무원장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부회장 겸 혁신위원회 소위원장인 도법스님은 자승 총무원장 8년 동안 정권에 꾸준히 힘을 보탠 인물로 평가된다.

소위원회 구성도 설정스님과 자승스님을 지지하는 측 인사들이 있다. 종단자주권수호위 인사 중 유력 인사 5명이 설정스님 측으로 분석된다. 간사 혜일스님은 설정스님이 임명권을 가진 총무원 집행부 7인 안에 드는 인물이다.

위원 중 설정스님의 상좌로 불리는 주경스님은 설정스님을 은사로 1986년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작년 10월 총무원장 선거 출마 당시 설정스님의 대리인을 자처했었다.

사회부장 진각스님은 주경스님과 함께 MBC PD수첩 ‘큰스님들에게 묻습니다’ 방송 이후 즉각 방송국으로 항의 방문하는 등 행동파다.

또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1999년 호법부 과장으로서 설정스님의 내연녀라고 주장하는 여성을 조사했음에도 선거기간 설정스님을 변호했던 인물로 전해진다. 문화부장 종민스님은 총무원 집행부 7인 안에 드는 스님이다.

총무부장 지현스님은 자승스님 재임 시절 가장 오랫동안 총무부장 직을 맡았다. 당시 종단의 적폐를 해소하기보다는 권력의 뜻을 좇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도법스님 등과 자승 체제를 도운 불교광장 내부 계파인 금강회 인물로도 꼽힌다.

의혹규명및해소위에서도 설정스님 측 인사들이 꼽힌다. 소위원장 원행스님은 원로의원 월주스님의 문중인 성우·지현·영진스님과 함께 도법스님을 대표로, 작년 10월 총무원장 인준을 위한 원로회의에서 설정스님의 총무원장 자격 검증을 위한 토론을 막고 율장에 어긋나는 다수결표결을 가장 강하게 주창했다고 알려지는 스님이다.

혁신위원회 등 소위원회에서도 4명의 인사가 설정스님 측으로 평가되고 있다. 간사 만당스님은 총무원장 선거기간 재가자 20여명과 불교닷컴이 설정스님에게 재산과 은처자 의혹을 제기하자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발장을 접수했었다.

위원 중 일감스님은 자승스님 총무원장 당시 기획실장을 맡은 인물이다. 종단지인 불교신문사 주간과 불교문화재연구소장을 거쳐 직능직 중앙종회 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번에 설정 체제 기획실장을 맡았다.

원명스님은 조계사 부주지로 설조스님 기자회견을 막았던 스님이다.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은 제주도 관음사 총무원장 선거인단 선출전날 숙박을 하며 설정스님 측을 모두 당선시킬 것을 예행연습을 시켰다고 알려진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와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 참석자들이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적폐청산 자승퇴진’ ‘종헌수호 청정종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0.3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와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 참석자들이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적폐청산 자승퇴진’ ‘종헌수호 청정종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0.31

이 같은 인사 조치와 관련해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측은 해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설정 총무원장 집행부가 만든 데다, 개혁 측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김영국 상임대표는 “위원회에는 자승종권 8년 동안 양지의 길만 걸었던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며 “설정스님이 자기 사람으로 다 앉혀놓고 의혹 해명을 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혁 측인) 참여불교재가연대나, 중앙종회 종책모임인 법륜승가회 대표자들을 뽑아서 운영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김 상임대표는 교권자주혁신위가 설정스님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든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교권자주혁신위는 지난 20일 교권수호와 조계종 핵심 인사들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공식 출범과 함께 첫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결과 의혹 규명 해소위원회는 MBC PD수첩 측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 총무원장 설정스님을 만나 면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위원 스님들은 질의 내용을 정리해 간사인 초격스님에게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조계종 적폐청산시민연대 측의 의견도 들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브리핑했다.

그러나 종단개혁을 요구하는 적폐청산시민연대 측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무원 기획실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위원회에서는 2~3명의 적은 인원이 참석해도 회의가 진행돼 의견수렴을 한다”며 “어차피 이 의견은 전체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거여서 어떤 의견이 나와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종단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소위원회에서 접수돼도, 결국 결정은 전체위원회에서 결정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혁신위의 의견수렴 최종 결정은 전체위원회에서 참석자 3분의 2 이상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설정스님 측 유력 스님들의 영향력에 따라 전체위원회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혁신위가 이 같은 불신을 딛고 설정스님 의혹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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