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충남 당진시 송악읍 동부항만 고철야적장에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비닐로 덮인 채 야적돼 있다.한편 당진시 송악읍 주민들은 지난 17일부터 이곳에 야적된 1만 6000여개의 침대 매트리스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1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21일 오후 충남 당진시 송악읍 동부항만 고철야적장에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비닐로 덮인 채 야적돼 있다.한편 당진시 송악읍 주민들은 지난 17일부터 이곳에 야적된 1만 6000여개의 침대 매트리스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1

회수한 매트리스 당진·천안 적재 논란

지역주민들 “이젠 무슨 말 해도 못 믿어”

환경단체 “관 주도로만 하려는 게 문제”

원안위 “주민들 우려할 일 생기지 않아”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 논란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초기 침대 안전성 검사 결과를 번복하는 등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모습들이 ‘라돈침대 사태’를 키우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안위는 라돈 사태가 발생한 초기부터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원안위는 지난달 11일 라돈침대 1차 검사결과 안전하다고 중간발표를 내놓고 5일 만에 연간 피폭선량이 1마이크로시버트(m㏜)를 초과한다고 2차 결과를 발표하며 오락가락해 시민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대진침대는 언론보도가 되며 파문이 커진 지난달 4일 이후 상담센터가 연락 두절됐고 라돈침대를 회수한다며 교환해준 침대에서도 라돈이 검출되며 시민들의 불신을 키웠다.

그 후 대책도 미숙했다. 회수가 실제로 이뤄지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고 회수과정에 우체국 택배를 동원해 작업자들의 안전 문제를 야기했다.

◆당진·천안 주민들 “방사성 물질에 농업·어업 망치면 어떡하나”

국무조정실과 원안위는 전국에서 회수한 매트리스 중 1만 6000여개를 지역 주민들 몰래 충남 당진항 인근 야적장에 쌓았다. 이곳에서 대진침대 직원들을 통해 해체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를 안 당진시민들이 강력 반발했고 계획은 무산됐다.

당진시 주민들은 “이제 곧 장마철인데 적재한 매트리스가 물에 젖어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흘러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바지락 양식을 다 망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국무조정실과 원안위, 대진침대는 주민들과 합의하에 당진항에 있는 매트리스를 26일부터 대진침대 천안 본사로 이송하기로 했다.

이 소식이 천안에 전해지자 이번엔 천안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지난 25일부터 충남 천안시 대진침대 본사 앞에선 모자에 띠를 두른 인근 주민들이 나와 천막을 치고 차량 출입을 막았다.

[천지일보 천안=박주환 기자]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26일 충남 천안시 직산읍 대진침대 본사로 옮기는 가운데 천안 주민들이 매트리스가 적재된 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한편 주민들은 라돈침대 해체작업 중지, 반입금지, 본사내 적재 물건 반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6
[천지일보 천안=박주환 기자]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26일 충남 천안시 직산읍 대진침대 본사로 옮기는 가운데 천안 주민들이 매트리스가 적재된 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한편 주민들은 라돈침대 해체작업 중지, 반입금지, 본사내 적재 물건 반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6

대진침대 본사 인근 주민들은 “이렇게 위험한 물질을 바로 옆에서 해체 작업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 막아섰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은 “이 주변이 다 포도농장”이라며 “해체하면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포도에 다 들어가는 거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해체작업 중지 ▲추가 반입금지 ▲본사 내 적재 물건 반출 등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입을 모아 “라돈이 뭔지도 몰랐는데 언론 보도를 보고야 알았다”며 “주민에게 사전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일을 진행한 사람들을 신뢰하기는 힘들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위험한 물질이라면서 저렇게 밖에 놓고 작업하는 걸 본 우리는 어떤 기분이겠느냐”면서 “이제는 ‘박사’ 할아버지가 와서 설명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이성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국장은 “사람들이 위험성을 알고 공포를 느끼는데 당국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진행하려니 신뢰를 잃은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먼저 설명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관 주도로 하려 하니 앞뒤가 바뀐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계속된 공무원 사회의 병폐”라고 지적했다.

장마철 우려와 관련해 이 사무국장은 “라돈은 지하수를 끌어올릴 때 라돈가스가 함께 나오는 경우가 있을 만큼 물에 잘 녹는다”며 “사람들이 물을 마시게 되는 과정까지 봐서 설계를 하고 진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안위 “시민들 우려할 일 생기지 않을 것”

한편 원안위는 시민들의 우려가 발생할 일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원안위는 “천안지역 연 강수량(1226㎜)과 유사한 수준의 물 분사 실험을 실시했다”며 “비가 올 경우에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트리스에서 나온 라돈과 토론은 비활성 기체로 피부를 뚫지 못한다”면서 “호흡으로만 문제가 되나 매트리스로부터 50㎝만 떨어져도 그 농도는 10%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특히 “토론은 반감기가 55.6초로 짧아 수분 내 붕괴하고 소멸돼 최종 이동거리도 짧다”고 강조했다.

또한 “매트리스를 수거하는 이유는 하루 10시간씩 1년 365일 침대에서 수면하고 밀착 생활하는 상황을 가정해 안전기준인 연간 1마이크로시버트(m㏜)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매트리스 수거과정에 참여한 작업자들과 차량은 물론 적재장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평시 우리나라 자연방사선 배경준위인 0.1~0.3µ㏜/h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와 라돈침대피해자모임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환경보건시민센터 앞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피해자들이 정부와 대진침대의 대책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와 라돈침대피해자모임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환경보건시민센터 앞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피해자들이 정부와 대진침대의 대책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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