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26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세종시 새롬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진화작업은 마무리됐으나 화마의 흔적이 처참하게 남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6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26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세종시 새롬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진화작업은 마무리됐으나 화마의 흔적이 처참하게 남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6

반복되는 화재사고 인명피해

전문가 ‘형식적 안전교육’ 지적

“정부·국회, 사건 나도 그때뿐”

안전 위한 예산·인력 대책 요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용접 불티 화재로 3명이 목숨을 잃은 지난 4월 인천 부평구 주상복합건물 공사장 화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신축 공사장 화재가 발생해 작업자 3명이 희생됐다. 연이어 발생하는 화재사고와 인명피해에 ‘안전불감증으로 한국사회의 기강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26일 오후 1시 10분께 세종시 새롬동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장 7동 지하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시설이 설치돼있지 않은 공사장에서 불은 가연성 건축자재를 태웠고 검은색 유독가스를 배출하며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소방당국이 화재대응 최고 단계인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은 5시간 40분이 지나서야 겨우 잡혔다. 화재로 인해 3명이 목숨을 잃었고 3명은 중상, 31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4월 인천 공사장 화재 사고에 이어 또 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26일 오후 세종시 새롬동 신도심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불이나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6일 오후 세종시 새롬동 신도심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불이나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최근 5년간 대형화재로만 ‘124명’ 희생

화재사고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해서 발생해왔다. 세종과 인천의 신축 공사장 화재 희생자 6명을 포함해 최근 5년간 대형화재로만 총 124명이 목숨을 잃었다. 계속된 화재피해로 안전불감증이 한국사회의 기강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4년 5월 26일에는 경기 고양터미널 상가 화재로 9명이 숨지고 60명이 부상을 당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에서 난 화재로 인해 21명이 목숨을 잃었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2015년 1월에는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에서 불이나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또 지난 2016년 9월에는 경기 김포시 주상복합 공사현장 화재로 4명이 사망,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2월에는 경기 화성시 동탄 상가에서 불이나 4명의 희생자와 4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 1월에는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46명(누적)이 숨지고 100여명이 넘는 사람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처럼 연이어 발생하는 화재사고로 정부의 안전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제천=박완희 기자] 지난 21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8~9층 테라스와 캐노피(햇빛 가림막)이 건축법을 위반해 불법으로 건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5일 사고 건물 8, 9층 테라스와 캐노피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5
[천지일보 제천=박완희 기자] 지난 21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8~9층 테라스와 캐노피(햇빛 가림막)이 건축법을 위반해 불법으로 건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25일 사고 건물 8, 9층 테라스와 캐노피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5

◆형식적인 안전교육, 문제로 지적돼

특히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공사장 화재 사고를 정부의 안전교육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여기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안전교육이 착공 전 1회성에 그친다거나, 정기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작업자들이 안전의식을 망각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안전교육이 이름만 ‘안전교육’일뿐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며 “안전교육을 할 때는 소화기 배치 여부나 위치 숙지 등 하나하나 점검하고, 제대로 돼있지 않다면 지적하고 보완·수정해가는 작업을 매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 않고 형식적인 교육이 이뤄진다면 작업자들은 금방 안전을 망각하게 되고 등한히 여기게 돼 사고로 이어진다”면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가 어려워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안전불감증은 소화시설을 갖춘 완성된 건물에서가 아니라 시공 중인 건물 즉, 소화설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공사 현장에서 더 큰 문제가 된다고 공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완성된 건물보다 건설 중인 건물에서의 화재가 훨씬 더 위험하다”면서 “공사 현장에는 가연물이 많고 정리·정돈이 안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화재가 발생하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완성된 건물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차더라도 비상등과 같이 대피로를 찾도록 돕는 시설이 있지만 공사 현장에는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며 “이것이 바로 공사 현장에서의 안전교육이 철저하게 이뤄져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26일 오후 세종시 새롬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건물 전체가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6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26일 오후 세종시 새롬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건물 전체가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6

◆“현장에 안전관리자 상시 배치해야”

공 교수는 공사장에서의 화재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안전관리자의 상시 배치와 공사감리자에 준하는 권한 부여를 제안했다. 그는 “사고 위험성이 높은 건물일수록 안전관리자를 상시 배치해 공사현장을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수시로 살필 수 있도록 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전관리자에게는 공사감리자에 준하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 소화기 배치가 안 됐거나 작업자들이 안전복·장갑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때는 공사를 중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또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안전제일’이라는 말만 앞선 것 같다”면서 “형식적인 안전이 아니라 이와 같은 실제적인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26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세종시 새롬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지하층에서 화재진화 작업을 끝낸 소방관들이 저녁 8시 50분께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6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26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세종시 새롬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지하층에서 화재진화 작업을 끝낸 소방관들이 저녁 8시 50분께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6

◆“제도·인력·예산 등 복합적 대안 나와야”

공사장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보완·안전교육·인력보충·예산확보 등 복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정부나 국회에서는 사건이 터지면 그때만 잠깐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냥 지나가버린다”면서 “이제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를 보완하고 보다 철저한 안전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면서, 안전에 대한 인력보충과 이를 위한 예산확보 등 구체적이고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대통령 직속으로 화재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또 문제가 발생했다”며 “TF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떤 대안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안전교육과 점검에 대한 지침이 명확하고 모든 시민이 이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26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세종시 새롬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진화작업은 마무리됐으나 화마의 흔적이 처참하게 남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6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26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세종시 새롬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진화작업은 마무리됐으나 화마의 흔적이 처참하게 남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6

그러면서 최 대표는 “안전에 대한 부분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할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하며 “안전을 소홀히 생각하면서 ‘내 임기 때만 사고가 안 나면 된다’라는 식의 잘못된 사회 풍토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청이 또 다시 하청을 맡기는 노동구조를 개선하고, ‘성과중심’에서 탈피해 ‘과정중심’의 사회가 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 대표는 “하청이 또 다른 하청에게 일을 맡기는 구조 속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안전을 요구하며 일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노동자가 안전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도록 노동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안전지침을 제대로 지키면서 일을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성과가 늦더라도 과정에 무게를 두고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혁신적인 사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전에는 사고는 계속해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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