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 곁에는 평화의 씨가 떨어져 흩날리고 있다. 이 ‘평화’는 민들레 홀씨 되어 온 누리를 뒤덮고 있다. 하지만 겉모양의 평화가 아닌 진정한 평화는 아직 요원해 보이기만 한 것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분야별 실무회담 등이 여러 가지 모양과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변죽은 울리지만 본질은 아직 베일에 가려진 채 요지부동이다. 민생을 담보로 한 평화놀이는 정치 이슈화 되면서 평화에 대한 혼선과 함께 휴전선의 갑작스런 변화에 직면한 젊은 청년들은 임무도 국방계획도 미래비전도 모른 채 그저 멘붕상태에서 아까운 청춘을 속절없이 보내고 있으며, 한편 실업자는 늘어나고 민생고는 심화돼 가고 있다. 오호 애재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평화에 묻힌 민생은 그저 언젠가 평화가 우리를 먹여살려줄 것을 믿고 평화구호만 쳐다보며 살아가야 하는 평화 포로가 돼 버렸다.

자칫 인류의 보편적가치인 평화도 싫고 일하며 먹고 살게 해 달라는 아우성이 튀어나오지나 않을까 두렵다.

트럼프 정부 역시 11월의 중간 선거를 앞둔 채 한 나라 한 민족의 운명을 담보로 정치적 게임과 거래로 도박을 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그 위험한 도박에 민족의 운명을 송두리째 맡겼으며, 그들은 강·온파로 인한 자중지란과 함께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즉, 한번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지도 못하며 갈팡지팡 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의 본질인 ‘비핵화’라는 목표는 사라진 채,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상봉, 미군유해송환, 북측 6.25행사의 미국 비난전 생략 등 본질과 다른 것으로 회담내용 이행의지를 확인시켜주려는 북측의 전략 전술에 알면서도 모른 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전략은 북측과 같이 일관된 고도의 전략이 아닌, 정치적 욕심과 감성적이며 즉흥적 계산에서 나온 자업자득이며, 제 발등을 찍은 모습이며, 북측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동병상련의 애처로운 모습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진정한 평화가 되기 위해서는 통일이 전제가 돼야 한다. 이 통일은 정치와 외교와 군사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통일은 반드시 국민의 이름으로만이 결실할 수 있다.

평화와 통일은 하늘의 뜻이다. 하늘이 이 땅에도 있으니 바로 국민이며 국민들의 생각이다.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며, 국민이 원하면 평화도 통일도 이루어진다. 따라서 평화통일을 정치 내지 정부가 주관하려 하지 말고 국민들이 평화와 통일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평화와 통일교육과 계몽이 우선이다. 그리고 국민이 평화와 통일을 바라고 원한다면 지도자와 정부는 그 길을 열어주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치며 순리며, 여기에는 쓸데없는 이해타산도 정치적 계산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간과해선 안 될 것은 평화와 통일에 외세와 외부의 역할이 작용돼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안은 이 분단의 비극이 우리의 뜻이 아닌 외세에 의한 줄을 알면서도 또 다시 외세에 의존하겠다는 발상은 이해되지 않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선각자들의 교훈이 무색해져선 안 될 것이다.

1990년 독일 통일에서 얻는 교훈이 있다. 약 28년 전, 동·서독의 베를린장벽이 무너질 수 있었던 데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촉발된 촛불이 있었다. 라이프찌히(동독관할) 내 성 니콜라스교회에서 촉발된 촛불시위 즉, 월요기도회는 독일 통일을 위한 평화시위로 이어졌고, 당시 ‘기민당’을 승리로 이끈 드 메지에르 총리는 국민의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그 길을 열어줬을 뿐이다. 나아가 국민의 뜻이 ‘통일’이라는 사실, 이 사실이 곧 힘이며, 이 힘을 믿고 서독과의 통일협상에 나갔으며, 통일 독일의 염원은 기적같이 이뤄진 것이다.

훗날 그는 “이러한 국민의 힘이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서 “예상치 않게 통일은 이루어지는 것이며, 독일도 예상치 못했던 통일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고백했다. 또 “역사는 많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것이며, 중요한 것은 역사는 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평화와 통일은 사람의 정치적 계산과 욕심에 의해서가 아니다. 자주적 통일과 평화의 당위성과 간절함으로 점철된 국민의 뜻이 모아지고, 지도자는 국민이 모은 그 뜻을 열어주고 이끌어주면 되는 것이며, 국민이 모은 뜻은 핵보다 무서운 힘이며 협상력이 된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평화와 통일의 진실은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 오는 것이며, 그것이 하늘의 뜻이며, 그럴 때만이 우리의 소원도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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