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지난 지방단체장 서울시장 선거에서 미세먼지대책이 주요 선거 쟁점이었다. 수소차는 유해 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차량이자 달리는 공기청정기이다.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2002년 저서 ‘수소경제’에서 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인류의 전통적 사회 구조를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50년이 되면 수소 산업 분야에서 연간 2조 5000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세계적으로 300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차는 차량 내부 수소탱크에 저장된 압축 수소를 연료전지에 보내 공기 중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만든다. 이 전기로 차량을 움직이고 물만 나온다. 발전 과정의 공기 청정 기능으로 초미세 먼지(PM 2.5)의 97% 이상을 정화한다. 공기 청정 기능은 주행 중에도 계속 작동한다. 현대차 넥쏘를 한 시간 운행할 경우 성인(체중 64㎏ 기준) 42.6명이 한 시간 동안 호흡할 수 있는 양의 공기(26.9㎏)가 정화된다고 한다. 수소차 10만대가 하루 2시간을 주행할 경우 성인 35만 5000여명이 하루 동안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정화된다. 서울시 인구의 86%가 한 시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세계 각국은 수소 사회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다. 수소를 잡아야 미래 에너지 패권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수소차 굴기(崛起)’를 선언했다. 중국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지금보다 60~65% 줄여야 하는데 배기가스가 없는 수소 산업이 환경과 미래 먹거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수소차 구매 보조금정책을 추진 중이며 각종 인센티브를 주며 수소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충전소 설립 비용의 60%를 정부가 지원한다.

일본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사회를 목표로 지난해 4월 아베 신조 총리는 “세계 최초로 수소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현재 일본 고베시에서는 세계 최초로 수소를 이용해 대량 발전을 하는 실험이 진행하고 있다. 유럽도 국가별로 수소버스, 수소기차, 수소선박 등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2007년부터 10년 단위의 장기 프로그램인 ‘수소 연료전지 기술혁신 국가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고, 영국도 정부 주도 수소 모빌리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도 수소 생산과 운반, 저장 등 인프라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 수행하고 있다.

한국은 수소 사회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인프라 확대 등을 추진하는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느리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양산해 판매를 시작했음에도 한국 내 충전소는 15곳뿐(작년 기준 일본 97곳, 캐나다 56곳, 독일 35곳)이다. 늦었지만 지난 25일 정부와 업계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선점을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해 수소차, 수소충전소, 수소에너지에 이르는 수소차 산업생태계를 조기에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2조 6000억원을 투자해서 수소차 생산공장을 늘리고 패키지형 수소충전소를 양산한다. 특히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차 1만 6000대 보급을 목표로 2019년 수소버스 보조금 신설, 운송사업용 수소버스 취득세 50% 감면, 2022년까지 수소차 보조금 유지 등 정부의 수소차 지원이 적기에 이루어지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수소차 투자를 통해 올해 400개, 내년 480개 등 2022년까지 총 38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를 대비한 수소로의 에너지 전환에 대비하지 못하면 국가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정부가 선진국과의 수소 인프라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수소차에 대한 투자 지원계획을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차제에 기술적 난관을 관련 업계가 함께 돌파할 수 있는 가치사슬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수소사회가 되면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 대신 국내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활용하거나 남는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을 수 있다. 화석 연료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하면서 에너지 자립도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수소산업 육성과 발전을 위한 실행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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