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북한학박사 

 

한국전쟁이 발생한 지도 68년이 되고,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도 65년이 됐다. 다행스럽게 금년 들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북한핵문제와 연계돼 종전선언과 평화체제가 논의되고 있다. 6.25전쟁 기간 중 발생한 미국전사자의 유해송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에는 아직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남북관계나 통일의 문제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과연 그럴까? 시간이 지나면 위기는 자연히 해결되고 평화통일이 되리라는 막연한 낙관론은 역사인식의 가장 큰 함정이다.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남북한의 환경을 분석해보면 남북이 장기간 분단 상황에서 거주하면서, 그에 적응해 사실상 평화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절실함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둘째, 지금까지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제일 신경을 쓰는 일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주도권을 독식하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세계패권을 노리는 국가들은 항상 지역패권을 먼저 장악하려 한다. 지금 북한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셋째, 우리의 통일지원세력인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에서 계속해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판단된다.

넷째,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 정세에서 보듯, 우리가 경험할 다가올 20년은 과거 70년 세월 이상의 대변혁이 예상된다. 주변국의 패권경쟁이 가속화될 시기에 우리는 더 이상 멈칫거릴 시간이 없다.

앨빈 토플러도 한반도 미래의 핵심은 시간이라고 주장한다. 핵협상에서 최종 승자는 가장 느린 템포로 춤을 춘 팀이 될 거라는 것을 아는 북한은 최대한 시간을 질질 끌려고 애쓸 것이다. 대한민국도 점진적 평화통일 정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과연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줄지 의문이다. 시간이 한없이 기다려주지 않으니 지금 조성된 호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중국의 힘은 점점 강해질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패권경쟁은 심화될 것이다. 전쟁의 원칙 중에 집중(集中, Concentration)의 원칙이 있다. 집중이란 불필요한 지역에서 힘을 절약해 필요한 곳에 투입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가전략에서도 집중의 원칙이 중요하다. 현 국면에서 우리는 국력을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과 통일여건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바탕으로 평화통일을 열어야 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는 시대적인 소명의식을 갖고 대한민국 주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야 한다. 다시는 한반도에 6.25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평화체제 정착과 평화통일을 향한 역사적인 책임을 다하는 우리들이 바로 조국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준수하는 참다운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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