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시대에 젊은층에게 한국전쟁이든, 한반도 평화체제든 크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먹고 살기 바쁜 상황 속에서 대의를 생각하고 역사를 되돌아볼 시간과 여유가 없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전협정 65년 만에 한국전쟁 발발 책임자인 북한이 미국과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고 머리를 맞댔던 사건은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정치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김정은의 갑작스런 국제사회를 다루는 태도변화는 내부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경쟁 국가에게는 관대함을 보이는 일종의 ‘쇼’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북한이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을 경우, 핵무기를 정말 포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정치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북한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경계에도 한 표를 던지고 있다.

한미는 반드시 북측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검증해내야 한다. 국제기자들만 모아놓고 보여주기식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미사일 중단은 더 이상 한국을 위협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강한 결단을 그림으로 보여줬지만, 이러한 액션들도 언제든지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북한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은 사드를 배치하고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이 자행될 수 있던 시점이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 양국 간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너무나 훌륭한 결단과 미국 전 대통령들이 하지 못했던 큰 성과를 낸 사건이다.

3년간의 한국전쟁 동안 군인의 경우 21개국 유엔군과 한국군 약 18만명이 사망했고, 인민군도 52만명, 중공군 90만명이 사망했다. 미국 DPAA(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에 따르면 한국전쟁에서 7800명 이상의 미군들이 실종되거나 유해가 회수되지 않았으며 약 5300구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68년이 지난 현 시점에 나라를 지키다 안타까운 고귀한 생명을 잃은 국군과 미군을 포함한 UN군에 1년에 단 한순간인 6.25에라도 경의를 표하고 고마움을 잊지 않아야 한다. 여전히 많은 8090년대생들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시점도 모른 채 누가 한국전쟁을 일으켰는지, 왜 남침했는지 등 자세한 사항을 모르고 관심도 없다. 현충일에 국립묘지를 방문하면 여전히 국군 유가족들이 참혹했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슬픔에 잠겨 있다. 6.25를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고통이라고 여기지 말고 현충일을 되새기고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중립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한반도의 운명을 강대국가들의 결정에 맡길 수 없다. 북한의 태도가 변했듯이, 국제정세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한반도의 대내외적 정치 환경이 변모하고 있으며, 권력 장악보다는 평화적인 한반도, 장밋빛 남북관계를 그리는 이들에게는 통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전쟁 이후 남북관계는 갈등과 위협, 경계 속에서 지탱돼 왔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국가적 이익을 우선하고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내걸며 경제적 국가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한 진실을 곧 우리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과 위협보다는 체제보장과 경제적 국가이익 카드를 선택했던 김정은은 경제 개혁과 함께 상호 간의 국제화 무한경쟁 시대에 서서히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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