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이 26일 오전 국회 본관 당 대표실에서 열린 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이 26일 오전 국회 본관 당 대표실에서 열린 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성태 “비대위원장에 공천권”
“칼 드린다. 내 목부터 쳐라”
차기 총선까지 2년이나 남아
공수표 될 듯… 실현성 없어
결국 인적청산 실패할 수도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혁신 비대위는 김종인 모델보다 더 강해야 한다.”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26일 혁신 비대위의 위상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또한 비대위원장에게 차기 총선 공천권을 부여해 ‘인적청산’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날 혁신 비대위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한 김 대행은 비대위원장에게 2020년 총선 공천권에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한국당을 살려낼 칼을 드리고, 내 목부터 치라고 하겠다”며 “그 칼은 2020년도 총선 공천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칼”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대위원장에게 ‘인적청산’을 포함한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 문제와 관련해 “금주부터는 후반기 원구성과 산적한 민생경제 현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정책 정당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주를 기점으로 민주당과의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 문제와 관련해 “금주부터는 후반기 원구성과 산적한 민생경제 현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정책 정당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주를 기점으로 민주당과의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아울러 김 대행은 안상수 준비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 인선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뜻과 함께 “한국당 구성원 전원이 혁신 비대위 준비위 활동과 결정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이르면 내주 초 비대위원장을 선임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행이 언급한 ‘김종인 모델’이 한국당에서 재연될 수 있을까. 한국당이 처한 현실을 보면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우선 김 대행의 신뢰성 문제가 있다. 6.13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다, 그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당내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혁신 비대위가 강한 힘을 받기 어려운 이유다.

초·재선 의원들은 비대위 체제로의 조속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엔 공감하면서도, 김 대행이 비대위에서 빠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국회에서 모였던 이들은 김 대행의 거취를 논의한 결과 원구성 협상 등의 문제로 원내대표직은 유지하되, 당의 혁신과 쇄신을 이끌 비대위엔 참여해선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비대위의 역할과 위상도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비대위원장에게 공천권에 영향을 미칠 ‘칼자루’를 쥐어주겠다는 김 대행의 주장과 달리 비대위원장은 차기 전당대회 준비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차기 당권 도전이 점쳐지는 중진의원뿐 아니라 초·재선 의원 중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가진 이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이 실제로 ‘인적청산’의 칼날을 휘두를 경우 당내 반발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DB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DB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같은 인물을 찾을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점도 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대권주자로 꼽혔던 문재인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던 김 전 대표는 특유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함께 막강한 공천권으로 쇄신에 박차를 가해 당의 변화를 이끌어냈고, 결과적으로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선거 참패로 궤멸 위기에 놓인 지금의 한국당으로선 김 전 대표와 같이 풍부한 정치적 경험과 식견을 지니면서도 인적청산 과정에서 발생할 저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결정적으로 차기 총선 시기가 멀다는 점도 비대위원장이 강력한 공천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점이다. 김 전 대표 당시엔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어 공천권의 힘이 막강했지만, 지금은 2020년 총선까지 2년이나 남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비대위원장이 2년 후의 공천을 준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2년 동안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인지에 당내 합의도 없다”며 “공수표가 될 수밖에 없는 공천권이다. 실현성도, 감동도, 당내 동의도 받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인명진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영입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쇄신’과 ‘혁신’을 외쳤지만, 내부 반발에 밀려 ‘인적청산’에는 실패했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DB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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