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던 도중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던 도중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일시 감소했다 오히려 증가세

사각지대 회사 증가폭 더 커

공정위, 제도개선 착수할 듯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총수들의 사익편취를 규제하기 위해 2014년 2월부터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시행됐지만 오히려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익편취 규제 시행 후 내부거래 실태변화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25일 발표하고 현행 사익편취 규제의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분석결과 현행 사익편취 규제는 내부거래를 이루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규제 시행 후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처음에 일시 하락했다. 하지만 곧 증가세로 반전했고 사각지대에 있던 회사들은 처음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규제대상을 상회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내부거래 비중이 다시 증가한 데에는 총수기업들이 규제의 기준을 교묘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현행 규제 대상은 상장사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기업이고 비상장사는 20% 이상이다.

규제 시행 후 다수 회사는 유상증자 등으로 총수 지분율을 기준치 바로 밑으로 떨어뜨려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뒤 오히려 내부거래를 더 자유롭게 진행했다. 이를 통해 영업이익을 쌓고 총수 계열사 매입 자금을 확보하거나 계열사 간접지원 효과를 누리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5.7%(160개사)였던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규제 도입 직후인 2014년 11.4%(159개)사로 떨어졌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증가해 2017년에는 14.1%(203개사)까지 늘었다. 내부거래액 규모도 동일한 추세를 보였다. 2013년 12조 4천억원에서 2014년 7조 9천억원까지 줄었다가 2017년 14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5년 연속 규제대상이었던 56개사들의 패턴도 동일하다. 2013년 4조원, 13.4%던 회사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은 규제를 도입한 2014년 3조 4천억원, 11.6%로 줄었다. 이후 지속 상승해 2017년 6조 9천억원, 14.6%를 기록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규제 기준치를 밑돌았던 ‘규제 사각지대’ 회사의 경우는 내부거래 비중이 더 높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9%대인 상장사의 경우 2014년 이후 내부거래 비중이 규제 대상보다 6%포인트 높은 20~21% 내외였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는 비중은 작았지만 회사당 평균 내부거래 규모가 2천억~3천억원 수준을 유지해 규제대상 회사들의 거래액(500억~900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상장회사 감시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규제 도입 당시 상장회사의 경우 사외이사 등 내부거래 감시장치가 작동하는 것을 전제로 비상장사보다 규제요건을 완화했다. 상장계열사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꾸준히 늘어 50%를 넘어섰지만,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원안가결 되지 않은 이사회 안건비율은 1%도 안 되는 0.39%에 불과했다.

또 상장계열사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 설치 비율은 전체적으로 상승했지만 2016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내부거래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208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건은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행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에 따라 공정위는 향후 규율대상 지분율 요건 변경과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규제 격차 폐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측은 “현재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향후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8일에도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토론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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