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자 추첨이 열린 25일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가운데)과 추첨을 보러 온 평안북도 철산 출신의 박성은(95)씨가 추첨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자 추첨이 열린 25일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가운데)과 추첨을 보러 온 평안북도 철산 출신의 박성은(95)씨가 추첨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추첨 장소까지 찾아왔지만 이번에도 ‘허탕’

경쟁률 ‘568.9대 1’… 5만 7000여명 지원

“살아있다는 소식이라도 들으면 좋겠다”

적십자 “실무접촉 계속… 한 풀어드려야”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요.”

황해도 신길군 출신의 이용녀(90, 여)씨는 6.25전쟁 68주년인 2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 추첨을 기다리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 10월 이후 약 3년만에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지난 22일 발표됐다. 남북 적십자회담 대표단은 상봉 행사를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하며, 상봉 대상은 각각 100명씩으로 하고 거동이 불편한 상봉자에 한해 1명의 가족을 동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는 전국에서 5만 7000여명이 지원했다. 최종선정자에 뽑힐 확률은 568.9대 1에 달했다. 이 최종명단 100명의 5배수를 무작위로 뽑는 이날 추첨에는 시작 전부터 북에 가족을 두고 온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찾아와 초조한 마음으로 추첨을 기다렸다.

추첨에 앞서 인선위원회는 ▲전체 상봉자의 50%는 90세 이상 고령자 ▲가족관계에 따라 부부 ▲부자 등 직계가족 ▲형제자매 ▲3촌 이상의 가족관계 등의 순으로 가중치를 적용하는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이씨는 “당시 세 살 먹은 딸을 두고 왔는데 지금 딸에게 해줄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면서도 “세 살에 두고 왔으니 날 알아보겠나 싶다. 사진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피난 올 때 집 근처 방공포대에 넣고 못 가져왔다”고 말했다.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자 추첨이 열린 25일 황해도 신길군 출신의 이용녀(90)씨가 딸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자 추첨이 열린 25일 황해도 신길군 출신의 이용녀(90)씨가 딸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이어 “친구들이 무릎 아프게 뭐 하러 자꾸 다니느냐고 하는데 오죽하면 내가 이러겠냐”면서 “살아있다는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좋겠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안북도 철산 출신의 박성은(95)씨는 컴퓨터가 추첨하는 모습을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켜봤다.

박씨는 “해방을 중국에서 맞이했고, 이듬해 동생 몇 명과 남으로 넘어왔다”며 “북에 남은 건 남동생과 사촌동생들까지 7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산가족 상봉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친구, 동생들 다 죽고 나도 요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박씨와 이씨는 입을 모아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있을 때마다 신청했다며 이번에는 꼭 추첨에 뽑혔으면 하는 마음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추첨에 뽑히지 못했다.

박씨는 “이름이 없어요?”라고 되물으며 몇 번을 확인했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며 “참 안 되네…”라며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할 것이 아니라 한 달 동안 몇천명씩은 왕래해야 한다”면서 “수많은 사람이 가족을 보지 못하고 죽었고 내 주위에 친구들도 다 죽고 이젠 나만 남았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이번에 꼭 찾아야 한다”며 “안 보내주면 여기서 드러누울 것”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보였다.

뒤늦게 대한적십자사에 찾아온 황해도 개성 출신의 김영헌(90)씨도 500명 안에 들지 못했다. 그는 “북에 5~6살 차이나는 남동생과 7~8살 차이나는 여동생이 있다”며 “남동생은 전쟁 통에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여동생은 확실히 생사를 확인하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여동생이 그때 겨우 십대 초반”이라며 “부모님의 장례를 어떻게 치렀나 물어보고 싶었다….”라며 울먹였다.

박 회장은 “5만 7000명이 (상봉을) 기다리는데 1차 추첨으로 뽑는 500명은 한을 풀기엔 부족한 숫자”라며 “남북적십자회담 합의문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실무접촉을 진행하고 이산가족 생사확인은 물론 화상상봉과 직접상봉, 고향방문, 성묘 등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기회에는 꼭 한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자 추첨이 열린 25일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오른쪽)과 추첨을 보러 온 평안북도 철산 출신의 박성은(95)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예비후보자 추첨이 열린 25일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오른쪽)과 추첨을 보러 온 평안북도 철산 출신의 박성은(95)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