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옥선 6.25참전 여성유공자 “여고생에서 군인으로… 전쟁 끝나고 평화 와야”
[인터뷰] 박옥선 6.25참전 여성유공자 “여고생에서 군인으로… 전쟁 끝나고 평화 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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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여성으로는 최초로 6.25참전유공자회 지회장을 맡은 박옥선(87) 종로구지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보훈회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여성으로는 최초로 6.25참전유공자회 지회장을 맡은 박옥선(87) 종로구지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보훈회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9

‘한강대교 폭파’ 목격 후 지원

‘여군’ 보는 차별시선 견뎌내

“약이 없어 절단… 마음아파”

“죽기 전에 평화세계 삶 소망”

[천지일보=이예진 인턴기자] “6.25전쟁이 터지고 나서 서울은 동서남북으로 갈라졌고 학교는 문을 닫고 다 훈련소로 바뀌었어요.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고, 건물은 파괴되고 온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죠. 지금도 전쟁의 참혹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여성으로는 최초로 6.25참전유공자회 지회장을 맡은 박옥선(87) 종로구지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보훈회관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이 정전협정에 서명한 지도 65년이 지났지만 박 지회장은 아직도 자신의 여고생 시절 시작된 6.25전쟁과 입대 후 겪었던 전쟁의 참상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기습적인 침략으로 나라는 위기에 빠졌고 물밀듯 쏟아져 내려오는 적을 막기 위해 한강 다리를 폭파했던 그때, 박 지회장은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전쟁의 참혹함에 치를 떨었던 그는 ‘나라를 위해 보탬이 돼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이듬해인 1951년 3월 국군간호사관학교에 지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8살이었다. 무남독녀였던 박 지회장은 부모님 몰래 같은 반 친구 9명과 함께 입교 시험을 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여성으로는 최초로 6.25참전유공자회 지회장을 맡은 박옥선(87) 종로구지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보훈회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여성으로는 최초로 6.25참전유공자회 지회장을 맡은 박옥선(87) 종로구지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보훈회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9

그는 합격자 발표 후 서울역으로 모이는 소집일이 돼서야 부모님에게 소식을 전했다. “안가면 안 되느냐”고 눈물을 흘리며 만류하는 아버지에게 그는 “그래도 가야한다”며 눈물로 작별했다. 부모님은 난리통에 돌아가셨고 그때의 인사가 마지막이 됐다.

박 지회장은 “아버지께는 불효자였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라가 있어야 내가 있기에 그때로 돌아가도 자원했을 것”이라며 “당시 누구나 그런 마음이었다”고 말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입교 후 천막을 사용해 임시로 만들어진 서부훈육소에서 이론교육을 받은 그는 ‘현장실습’이라고는 하나 ‘실전’이나 다름없는 현장에 투입됐다.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은 너무나 열악했다. 의료재료가 부족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었다.

박 지회장은 “약이 부족하다보니 병사들에게 상처가 나면 (해당 부위를) 그냥 잘라버렸다”면서 “그게 제일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수많은 험한 상황을 보고도 ‘나라를 위해 몸 바친 군인으로서 일해야겠다’는 다부진 마음을 먹은 그였지만, 당시 여군으로서의 생활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가웠다.

그는 “남자보다 체력적으로 부족해 힘든 것도 있었지만 가장 힘든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며 “군복을 입고 밖에 나가면 다들 이상하게 쳐다봤다. 마치 동물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함께한 전우가 있어 힘든 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박 지회장은 “훈련소에 입소한 동기 79명 중에서 지금도 40여명이 살아있다”면서 “생사를 함께한 사람들이고 서로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이로 각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고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여성으로는 최초로 6.25참전유공자회 지회장을 맡은 박옥선(87) 종로구지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보훈회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여성으로는 최초로 6.25참전유공자회 지회장을 맡은 박옥선(87) 종로구지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보훈회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9

전쟁후유증으로 지금도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그는 무엇보다 전쟁종식과 평화를 강조했다. 박 지회장은 “전쟁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며, 이제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와야 한다”며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죽기 전에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단 하루라도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10년째 6.25참전유공자회 종로구지회장을 지내고 있는 그는 올해 87세이지만 회원들 중에 나이가 가장 어리다.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고 다들 노쇠했다. 박 지회장은 참전용사들에 대한 대우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건 큰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이라며 “1년에 한번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해서 잠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1년 12달 내 부모같이 형제같이 따뜻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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