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정치판에서 과연 정의(正義)라는 게 존재할까
[아침평론] 정치판에서 과연 정의(正義)라는 게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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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지방선거를 치르고 나서도 정치판에서는 여전히 시끄럽다. 마치 자살골 같이 비쳐지는, 자력 승리가 분명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당에서는 승리의 자축판을 벌이고 있고, 참패 예상이 그대로 현실로 적중된 야당에서는 진정한 참회 없이 상대 탓하기에 바쁘다. 정치인들이 옳고 그름의 문제를 따지고 실천의 공동선과 미덕을 추구하는 정의의 본의(本義)에 충실한 소임을 해야 하건만 거짓되고 떼쓰고 우기는 측이 이길 판이 됐으니 난장판과 무엇이 다르랴싶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최대의 덕목으로 정의(正義)가 떠올랐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던 명제를 두고서 정부와 권력층에서는 ‘정의사회 구현’을 빌미로 그들의 욕구를 채웠고, 힘없는 사람들을 압제한 적도 있었다. 또 한때는 국민 스스로가 정의의 사도가 되기 위해 그 근본 알기에 힘쓰기도 했던바, 바로 마이클 센델 교수의 역작,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였다. 이 책이 2010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100만부 이상 팔려나갔으니 광풍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책에 매료됐던 사람들의 정의관(正義觀)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는 공리주의나 지상자유주의 측면 등 여러 각도에서 새긴 것이라 명확하게 부각돼 있지 않다. 하지만 공동체주의자로서의 공동선과 미덕이 ‘정의’라는 것에는 필자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공감이 따르기도 한다. 정의구현은 사회공동체 전체를 위한 선(善), 즉 공익성으로서 공동선(共同善)이 전제돼야 함을 설파하고 있는바 공동선이야말로 국가든 사회든 또는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라는 인식에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국민생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정치가 정의에 맞춰 사회전체 이익을 위한 공동선으로 행해지고 있을까에 대한 자문자답에서 필자는 단연코 ‘노(no)’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국민의 여러 가지 욕구를 충족시키고 구성원들의 건전한 정치 의견 형성을 위해 정당이 필요하고 정치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대의제하에서 후진 정치가 만들어내는 폐단, 공동선(共同善)보다는 이기적이고 정도에 반하는 일부 정치인의 독단성이 문제인 것이다. 그 쉬운 예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번지수가 틀리는 비례대표 의원 3인방의 최근 행보다. 

바른미래당 소속의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은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과정에서  민주평화당에서 의정 활동의 둥지를 틀었다. 그 실상을 본다면 한국정치사에서 일찍이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소속 정당의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이적행위이지만 자신들은 떳떳하다고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 3인방은 “우리는 더 이상 바른미래당과 아무런 정치적 이념과 활동도 함께하지 않고 있지만 바른미래당은 호적정리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 바른미래당과 안철수 전 대표를 비방하면서 출당(黜黨) 조치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하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돼 있다. 이 제도는 정당 합당, 분당 시 비례대표 의원의 정당 선택권 보장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지역구가 아니고 정당 투표에 의해 당선된 만큼 개인적 이해관계, 시대적 조류에 따라 당적(黨籍)을 옮기지 말라는 법 취지에서다. 민평당에서 직책을 맡고 있는 비례대표 3인방이 그들 주장처럼 바른미래당과 정치적 이념과 활동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탈당하면 될 일이고, 그렇게 되면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14∼16번이 의원직을 승계할 것이다. 

살펴보면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일으킨 ‘녹색 바람’으로 전국구 투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정당 투표 득표율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33.5%에 이어 국민의당은 26.74% 득표율로 더불어민주당(25.54%)을 3위로 밀어내는 기염을 토하면서 전국구 47석 중 13석의 비례대표의원을 탄생시켰다. 선거운동 초기만 해도 7∼8석이 건질 거라는 예상이 의외의 성과를 얻어낸 데에는 안철수 전 대표의 공헌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국민의당에서는 비례대표 후보자 18명 중 13명이 당선된 바,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민평당에 몸담고 있는 비례대표 3인방이 탈당하게 되면 14번(임재훈 후보), 15번(김임연 후보), 16번(정중규 후보)에게 의원직이 승계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자신의 의원직 유지를 위해 바른정당에 출당 요구하는 비례대표 3인방의 권익보다는 ‘비례대표제도’의 법적 당위성과 정당성(正當性)을 믿으면서 승계를 기다리는 예비후보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될 가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이율배반적인 비례대표 3인방에 대해 “공직선거법의 법정신을 무시하고 비판하는 언행을 자제해 달라”고 일갈한 김동철 바른정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은 정도(正道)를 벗어난 정치인들에 든 따끔한 회초리일 것이다. 과연 우리 정치판에서 정의가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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