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우리나라의 여성사업체는 139.4만개(2015년)로 전체의 38.7%에 이른다.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술창업을 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이 사업을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직까지 사회전반의 주류를 차지하는 남성중심의 관습이나 관행도 여전하다. 한 여성기업인의 “여성기업인을 여성으로만 보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는 사업가입니다”라는 말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여성들이 거래처나 지원기관, 금융기관 등에서 겪는 곤란한 일은 바로 ‘사적인 질문’을 받는 것이다. 남성들이 스스럼없이 묻는 사적인 질문이다. 그 대표적인 세 가지 질문은 바로 “몇 살이신지요?” “결혼은 하셨습니까?” “남편은 뭐하시는지요?”이다. 여성기업인들은 이러한 질문에 곤혹스러워 하며 사생활을 드러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나이가 먹었다고 하면 “왜 아직 결혼을 안했느냐” “눈이 너무 높지 않느냐”는 등의 후속질문이 날아든다. 결혼을 했다고 하면 아이가 몇이냐 남편이 뭐하느냐가 이어진다. 아이가 없거나 이혼을 한 경우에는 답하기가 난감하다. 

그럼에도 여성을 난처하게 하는 남성들의 행위는 여전하다. 일부 남성은 그런 것까지 눈치를 주면 무슨 말을 하느냐는 사람도 있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말이다. 사업파트너 남성에게 초면에 나이나 결혼여부를 묻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온전한 사적 영역이다. 최근에 불거진 미투(me too)의 문제가 발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일방적(?) 행위로 인한 것이다. 특히 한 이성이 사회적 지위나 거래상 우월적 위치에 있는 경우 불균형적 갑을관계가 형성되므로 특히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 별다른 의도가 없어도 상대에게 위압감이나 수치심,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불편한 언행과 더불어 불리한 제도적 관행도 문제다. 여성기업인이 연구개발한 제품을 설명하거나 평가를 받는 경우 대부분이 남성위주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돼 있어 충분한 설명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얼마 전 한 기업인이 여성의 위생용품을 개발했는데 사업화자금이 필요해서 지원금을 신청하고 기술제품의 설명기회를 갖게 됐다. 그런데 평가하는 사람들이 모두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투자를 받고자 찾아갔는데 역시 남성투자자들이어서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여성의 창업이 점차 정보통신기술이나 바이오, 의류, 화장품, 식음료, 건설자재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과 관련된 제품의 경우는 제품특성을 잘 이해하는 여성의 시각과 의견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정부도 여성기업의 활동을 촉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여성기업을 위해 공공구매, 기술개발, 자금지원 시 가점을 주거나 의무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관행을 개선하고자 몇 가지 시책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우선 중소기업지원 사업에서 여성기업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시키기로 했다.

지원신청 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거나 평가 시 사적 질문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2019년부터 이를 전 부처로 확산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각종 지원과제평가 시 여성평가위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연구개발지원사업의 여성평가위원비율은 5.2%에 불과하며 수출지원은 10.2%, 창업지원은 16%에 그치고 있다. 이를 3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여성의 창업비율이 전체 창업의 24.4%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평가위원의 확대는 바람직하다. 이러한 조치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여성기업의 입장을 백분 고려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인구의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를 염려하기 전에 능력이 있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기여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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