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일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일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태영호 “생존 외교라 절박”

“저팔계처럼 다 챙기는 외교”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거듭된 러시아의 방러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들은 23일(현지시간)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의 발언을 인용해 전날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으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았지만,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침묵을 북한의 전형적인 외교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진 한국외대중국문제연구소 위원은 “북한은 독자외교 노하우가 상당히 축적돼 있다”며 “과거 중국과 소련의 분쟁 시기를 보면 등거리 외교를 통해 북한의 이득을 최대화했던 성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이런 벼랑 끝 전술은 김정은 위원장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니라 북한 외무성의 판단일 것”이라며 “부르면 부르는 대로 만나주면 김 위원장의 몸값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자신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의 증언’에서 “사실은 교활하고 정교한 전략”이라며 북한의 시간 끌기 기만극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은 시간 끌기 기만극”이라며 김대중 정부의 결정적인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미로부터 경수로 건설 약속을 얻어낸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에도 북한 외무성은 비용문제를 걱정하는 내부의 반발에 ‘시간을 벌기 위해 사기를 치고 있으니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대응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외교에 대해 ‘벼랑 끝 외교’란 표현이 상징하듯이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외교이기 때문에 절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의 외교 원칙은 중국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처럼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을 하면서도 어딜 가나 얻어먹을 것을 다 챙기는 외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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