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4천여장 `최대규모'…징용실태 조사에 큰 도움

(서울=연합뉴스) 이번에 우리 정부가 일본에서 넘겨받은 '매·화장 인허가증'은 총 4천여장 분량이다. 일제에 강제 징용된 노무 동원자 5천600여명의 사망 기록을 상세히 담고 있다.

여태껏 정부가 확보한 노무 동원자 관련 기록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이며, 최고로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그동안 노무 동원자는 강제 동원 관련 기록과 증거가 불충분해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는데 그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반세기가 넘도록 조선인 강제징용 실태와 관련된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고, 우리 정부가 노무 동원자에 대해 확보한 기록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사망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등 기본 신상정보는 물론 유족 확인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사망자의 본적, 주소지가 모두 적혀 있는 매·화장 인허가증의 가치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자료에는 매·화장 신청자의 이름, 주소 등이 상세히 적혀 있어 통상 노무 동원자의 사망신고는 소속 공장·작업장 관계자가 했던 점을 고려할 때 사망자가 어느 지역에서 근무했는지 등도 알 수 있다.

정부는 이 자료가 노무 동원자 징용 실태를 조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학계에서도 정확한 노무 동원 피해자 수를 알 수 없지만 대략 70만∼100만명으로 추정한다.

이 중 일제 말 혼란기에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에 남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인 유골은 1만기(基) 내외일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05년부터 후생노동성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여 지난 7월까지 일본 각지의 사원, 납골당 등에서 노무 동원자 것으로 추정되는 총 2천643구의 유골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자료는 현재까지 발견된 노무 동원자 유골의 신원을 밝히거나, 거꾸로 이 명단에 적힌 사망자의 유골을 발굴해 내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허가증에 나온 지역 인근의 사찰, 납골당 등을 살펴보면 찾지 못한 노무 동원자의 유골이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큰 데다, 앞으로 기본 신상정보가 있는 유골이 새로 발견되면 유골의 신원을 이 자료와 대비해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자료는 또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장 오병주)가 피해자 유족에게 사망자 1명당 2천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데도 쓰이게 된다.

기록 그 자체로 강제동원 사실뿐 아니라 현지 사망 사실도 입증돼 피해자 유족의 신원 확인만 되면 별도의 절차 없이 위로금 지급이 가능하다.

한편 위원회는 이번 자료가 일본의 47개 도도부현에 있는 1천727개 지방자치단체 중에 10개 도도부현 산하 82개 지자체에서 수집한 것에 불과해 자료가 더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위원회 관계자는 "간 나오토 총리가 이달 초 담화에서 '징용피해자 유골 반환'을 제시한 만큼 일본 정부는 다른 지자체에도 자료가 더 있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유골이 실제 봉환될 수 있게 구체적인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의 담당 실무자가 1명뿐이라며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 문제도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