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도 의사에게 데려가지 말라”
총무원장 설정스님에 승려 자격 지적
불교 위신 추락… 종단에 회개 촉구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1994년 종단개혁의 주역이자, 평생을 조계종 종도로 살아온 원로 설조스님이 무기한 단식을 선언한 지 오늘(23일)로써 4일째를 맞았다. 94년 개혁회의 부의장, 불국사 주지, 법보신문 사장 등을 역임한 설조스님은 지난해 10월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과거 교통사고 사망 사건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88세(세납)의 나이에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데도 단식을 선언하며, 종단의 개혁을 부르짖는 설조스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을 찾았다.
설조스님은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승려 자격 상의 문제가 있다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타 종교를 예로 서품을 받지 않은 신부와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자가 교회를 운영할 수 없듯이 설정스님 또한 승려의 근본적인 자격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종단을 운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님에 따르면 승려가 처음에 받는 계는 사미계(사미와 사미니가 지켜야 할 10가지 계율)다. 이는 예비 승려로 온전한 승려가 아니다. 온전해지려면 비구계(비구가 받아 지켜야 할 250가지의 계율)를 받아야 한다.
설정스님은 1955년 수덕사에서 혜원스님에게 사미계를, 1961년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에게 비구계를 받았다. 하지만 설조스님은 설정스님이 승려가 지켜야 하는 계율을 어겼기 때문에 비구계를 받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설조스님은 “설정스님은 비구계를 받지 않았다”며 “비구를 가장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불법이고 부당하다”고 했다. 또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신성한 대종단의 행정 대표가 된다는 것은 부처님의 조언 상에도 적합하지 못한 처사”라며 “설정스님은 자신의 자격이나 자질을 살피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MBC PD수첩 이후 일각에서 불교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는 목소리에 대해 스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설조스님은 “PD수첩은 불교의 병세를 진단한 것이지 병을 만든 것이 아니다”며 “치유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님은 “보도됐을 때 우리 자정하자 반성하자 해야 할 일이지 이를 교권 침해니 훼불이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가동된 ‘교권수호자주혁신위원회’에 대해서는 “교권은 부처님이 교권이지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작당한 그것은 교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조스님은 94년 조계종단 개혁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냈던 일을 회상하며 현 종단의 심각성을 알렸다. 설조스님은 “94년 대중과 원로스님들의 공의로 당시 총무원장 서의현스님이 사퇴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더 종단의 위신이 추락되는데도 물러나라고 하는 소리가 그때보다 적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스님은 “원로스님들이 이 사퇴를 살펴보는 것이 그때만하지 못해서 원로스님과 대중의 분발을 위해 단식을 하게 됐다”며 “부처님 말씀대로 맑고 참된 정신으로 돌아가자. 회개하자”고 부탁했다.
앞서 설조스님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큰스님들이시여! 적주 비구들과 그 추종자들로 인해 어지러워진 종단을 맑히고 바로 일으켜 세워달라”며 종단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을 진행하겠다고 결단했다.
이후 설조스님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며 개혁 측의 도정·허정·부명스님을 비롯해 10여명의 스님과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김영국 상임대표 등 재가불자들에게 “쓰러져도 의사에게 데려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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