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미 백악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미 백악관)

트럼프 “北, 전면 비핵화 시작… 엔진시험장 파괴” 발언
북한, 묵묵부답… 동창리 엔진시험장 폭파 징후도 없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열흘이 지났지만 미국이 회담에서 명시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움직임이 둔해진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전면적 비핵화를 시작했다”고 말하며 후속조치를 재촉하는 모습이지만 북한은 후속협상을 위한 상대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북한이) ‘전면적 비핵화’를 시작했다”며 “우리는 매우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북한)은 엔진시험장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이미 대형 실험장 가운데 한 곳을 폭파했다. 사실은 실험장 4곳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은 아직 어떤 징후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달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3곳을 폭파한 것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미정상회담의 후속협상을 위해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중으로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에 북측 인사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처럼 북한의 ‘신속하고 완벽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나선 모습이다. 한미 국방부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점도 이를 대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중국 외교부)
19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중국 외교부)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둔화된 모습이다.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미국이 그간 주장해왔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대신해 ‘완전한 비핵화’가 들어간 점에 대해서 미국 측이 결국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미측은 ‘신속한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것을 자신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이후 10여일이 흘렀지만 북한은 후속협상을 위한 폼페이오 장관과 대면할 인사에 대해서도 통보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세 번째 중국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은 이에 반발했지만, 결국은 중국이 주장한 모습대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과 관련해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 정성장 본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며 “싱가포르에서의 논의사항에 대해서 북중 간의 최고위급 간 소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앞으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핵심 간부 간의 고위급 협상이 시작될 때를 대비해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해 중국과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핵물질·장거리미사일(ICBM)을 해외로 반출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이나 러시아로 이전할 가능성과 핵사찰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도 관측했다.

미국은 ‘신속하고 완벽한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중국과 잇단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중국이 주장해온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실현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후속협상에서 양측의 입장이 조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