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최근 한반도 평화 무드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정치·외교 현안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작 주목받아야 할 ‘민생’이 가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청년 실업률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경제 현안인 ‘살림살이’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전통시장 상인과 청년, 노인을 만나 이들이 말하는 민생을 조명했다.

[천지일보=이예진 인턴기자] 22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중부시장에 들어가고 있다. 서울중부시장은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이지만 현재 재래시장을 찾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2
[천지일보=이예진 인턴기자] 22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중부시장에 들어가고 있다. 서울중부시장은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이지만 현재 재래시장을 찾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2

“먹고 살길 열어가며 정책 펴야”

“해 거듭할수록 매출 줄어들어”

최저임금 인상 여파, 혼자서 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예진, 홍수영 인턴기자] “3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지만 지금이 최악입니다. 최저임금은 올랐고 소규모 가게들이 망해서 도매를 하러 시장에 오질 않아요. 살림살이는 물어 뭘 합니까. 돈을 못 들고 들어가니 당연히 집안 살림도 어렵죠….”

한반도 평화 무드가 계속되는 가운데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이 열린 22일 서울 중구 오장동 중부시장에서 만난 김진택(가명, 73, 남, 당면 도매상)씨는 살림이 나아졌냐는 천지일보 취재팀의 물음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호전되는 남북관계와는 별개로 서민들이 당장 먹고 살길은 열어가면서 정책을 펴가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정책이 뭔가 잘못됐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서 사람들이 밥도 안 먹고 다닌다는데 누가 시장에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천지일보=이예진 인턴기자] 22일 서울 중구 서울중부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중부시장은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이지만 현재 재래시장을 찾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2
[천지일보=이예진 인턴기자] 22일 서울 중구 서울중부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중부시장은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이지만 현재 재래시장을 찾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2

중부시장에서 34년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연자(가명, 50대, 여, 건어물 판매상)씨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선거철이 되거나 정상회담이 열리면 장사가 더 안 된다. 사람들이 거기에 관심이라 더 안 나오는 것 같다”면서 “여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똑같이 다 경제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요즘엔 인터넷으로도 물건을 팔고 있는데 수입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털어놨다.

앞서 한국은행(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1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살펴보면, 올해 3월말 가계신용은 1468조원으로 지난해 12월말(1450조 8000억원)보다 17조 2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사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통계로 가계 부채를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1분기 가계 빚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씨의 말처럼 시장에는 손님들이 드문드문 보였고,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적었다. 상인들은 물건을 진열해두고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으려 호객을 하기도 했으나 행인들은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천지일보=이예진 인턴기자] 22일 서울 중구 서울중부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중부시장은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이지만 현재 재래시장을 찾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2
[천지일보=이예진 인턴기자] 22일 서울 중구 서울중부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중부시장은 국내 최대 건어물 시장이지만 현재 재래시장을 찾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고 상인들은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2

중부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전미경(가명, 50대, 여)씨와 이영옥(가명, 50대, 여)씨도 “예전보다 손님이 줄었다”며 “작은 시장이 장사가 잘 안되니 우리 같은 도매상들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수산물집을 물려받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김정민(33, 남)씨도 “작은 식당에 물건을 대고 있는데 거기도 장사가 잘 안 되니까 물건이 나가질 않는다”면서 “갈수록 거래처가 줄고 있으니 답답하고 많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상인들의 어려운 상황은 중부시장만이 아니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공덕시장의 상인들도 “갈수록 장사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근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공덕시장에서 옷장사만 50년째 이어가고 있다는 송성자(가명, 70, 여)씨는 “옷값은 그대론데 손님이 자꾸 주니까 걱정된다”며 “작년보다 훨씬 더 못하다”고 토로했다.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이 손님이 적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2
[천지일보=홍수영 인턴기자]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이 손님이 적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2

소상공인 대출을 두 번 받아 과일주스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진선(가명, 58, 여)씨도 “지금 여기 시장을 보면 알겠지만 손님이 너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경기가 안 좋으니 손님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이어 “인건비도 문제”라며 “최저임금이 오르다보니 옆 가게 사장님은 배달하는 사람보다도 더 수익이 적다”고 지적했다.

공덕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용문시장의 채소가게 상인 김순열(가명, 58, 여)씨는 “직원이 아주머니와 배달부 이렇게 둘이 있는데 최저임금이 올라서 우리가 가져가는 것은 얼마 못 된다”면서 “이제는 애들 아빠랑 둘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7년, 다른 곳에서 12년 이렇게 거의 2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데 지금이 제일 힘들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력을 쓰지 않고 혼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상인도 만날 수 있었다. 비빔국수집을 운영하는 최명순(가명, 56, 여)씨는 “인건비가 비싸서 혼자 일을 한다”면서 “가끔 손님이 몰릴 때면 그래도 아쉬운 것이 사람인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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