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2018 러시아월드컵 H조 예선 일본과 콜롬비아전을 지난 19일 밤늦게 TV중계로 지켜봤다. 전날 한국이 첫 경기에서 스웨덴에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을 봤기에 과연 일본은 첫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흥미가 끌렸다. 90분 내내 경기에서 일본이 우세를 보이며 콜롬비아에 예상 밖의 2-1 승리를 거둔 것은 충격이었다. 일본은 콜롬비아의 카를로스 산체스가 경기시작 2분 56초 만에 퇴장하는 행운을 맛보면서도 정교한 패스 플레이가 돋보이면서 10명으로 버틴 콜롬비아보다 훨씬 안정된 경기를 펼쳤다. 일본은 페널티킥 1골, 오사카 유야의 헤딩 결승골 등으로 충분히 이길 만한 수준을 보여줬다. 한국팬의 입장에서 배 아플 수 있지만 이날 일본의 승리는 결코 ‘운’이 아닌 ‘실력’임을 입증한 것이다. 일본이 한국과 달랐던 건 선수들 개인별로 패스가 됐다는 점이다. 이날 콜롬비아전에서 일본 선수들은 경기 내내 공격적인 자세로 뛰어난 패스능력과 볼키핑을 발휘했다. 선수 한 명 한 명 철저히 개인기를 갖추고 자신감 있는 경기를 펼쳤다. 스웨덴전에서 유효 슈팅 ‘0개’라는 수모를 겪을 정도로 패스 플레이 하나 제대로 안된 한국과 비교한다면 너무나 다른 축구를 한 것이다.

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2개월여 남겨두고 남미 출신의 개성 강한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 정도로 팀내 분위기가 아주 나빴다. 팀 주축이던 혼다 게이스케나 가가와 신지 등 자유분방한 유럽파들이 감독과 맞지 않아 대표팀에서 이탈하는 등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일본 협회는 기술위원장을 맡았던 니시노 아키라를 감독으로 전격 임명, 일본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기로 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까지 슈틸리케 감독에서 신태용 감독으로 바뀌며 많은 논란에 휘말렸던 것처럼 일본도 어려움을 겪었으나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이끌어내는 방향에 중점을 두었던 것인데, 콜롬비아전에서 보았듯 결과적으로 성공적으로 평가를 받게 됐다.

축구인들은 일본 축구의 국제경쟁력이 한국을 앞서는 것을 이제는 결코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이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자만하는 사이, 일본은 그동안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한국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일본 축구를 우습게 보는 자만감에 빠져 있었다. 이날 경기를 통해 더 이상 한국 축구는 일본과 비교해 조금도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의 한국과 일본 축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날 양국 축구가 어떤 역사를 걸어왔고 그 결과가 어떤 것이었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실력이 과거를 토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이후 1980년대까지는 한국 축구가 일본보다 역대 성적에서 훨씬 앞서 있었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전쟁과 지배의 아픔을 겪은 한국으로서 일본은 숙명의 라이벌 관계로 국기인 축구에서만은 결코 질 수 없었다. 한국이 일본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고도의 기술에서 앞섰다기보다는 힘과 정신력을 토대로 한 ‘투혼의 축구’를 했기 때문이었다.

서로 실력이 엇비슷할 때는 한국의 무형전력이 일본을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일본이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선수들의 개인 기술을 점차 향상시키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더 이상 한국은 일본에 큰소리를 칠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 축구는 과거의 전적만 갖고 의기양양하게 일본을 아래로 봤다가 어느 날 깨어보니 일본이 확 달라진 것을 뒤늦게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오늘날 위상이 바뀐 일본 축구를 보면서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과거의 일만 갖고 살아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 축구를 다시 넘어서기 위해서는 세계의 선진 축구를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일본 축구의 환경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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