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교황청 홈페이지)

“이민문제에 정신병 앓는 듯… 난민, 국경 초월 협력 필요”
난민 6850만명 이민자 편견·외국인 혐오로 반이민정책 늘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난민과 이민자들을 거부하는 반(反)이민 정책을 펼치는 나라들이 늘어나자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교황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현지시간)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반이민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꼬집고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관용 이민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교황은 트럼프 정부의 밀입국 가족분리정책을 비판한 미가톨릭 주교들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최근 미가톨릭 주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은 비도덕적이며 가톨릭 가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안팎에서 따가운 질책과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밀입국 가족분리정책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럽국가에서도 반이민 정책이 늘어나자 교황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유럽과 같은 고령화 사회들이 인구통계학적으로 큰 겨울에 직면해 더 많은 이민자들이 필요하다”며 “포퓰리스트들은 이민문제에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내전, 분쟁, 빈곤을 피해 넘어온 이민자와 망명자들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반이민 정서가 커지면서 정치적인 쟁점이 되는 분위기다. 난민 수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자 그동안 인도주의 차원에서 이민자를 받아들인 나라들도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 누적 인원은 6850만명(지난해 말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때의 난민 수 5000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내전 중인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남수단과 소말리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의 난민들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시리아 내전 발생 7주년 맞이 ‘아이엠(I AM)’ 캠페인에서 월드비전 김혜자 친선대사를 비롯한 참석 내빈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8.3.15
지난 3월 15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시리아 내전 발생 7주년 맞이 ‘아이엠(I AM)’ 캠페인에서 월드비전 김혜자 친선대사를 비롯한 참석 내빈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8.3.15

교황은 난민이 단지 ‘숫자’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 감정과 희망을 가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포용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교황은 즉위 직후 첫 방문지로 난민들의 섬 람페두사를 찾기도 했다.

그는 내전과 빈곤 등의 열악한 환경으로 고국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나온 난민과 이민자들을 형제같이 사랑하고 받아들여 줄 것을 국제사회에 부탁해왔다. 하지만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는 그릇된 편견과 외국인 혐오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극우 세력들이 자국에서의 입지를 키우면서 난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우파 연립정부가 들어선 이탈리아는 난민이 탑승한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해 비난을 샀다. 유럽 인도주의적 단체 ‘SOS 지중해’는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스호에 629명의 난민을 태워 구출했다. 그러나 난민들은 이탈리아와 몰타 정부로부터 입항을 거부해 스페인 정부가 입항을 허가하기 전까지 지중해를 떠돌았다.

교황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바티칸에서 열린 난민관련 국제회의에 보낸 메시지에서 “현재 초국가적 난민 문제는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밖의 문제이므로 국경을 초월한 모든 국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난민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를 더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경험과 가치를 지닌 이웃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협력과 관심을 촉구했다.

오는 2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국가지도자들이 갈수록 커지는 난민 문제를 두고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한다. 두 지도자가 난민 정책에 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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