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94년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스님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 후 침묵한 채 앉아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0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94년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스님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 후 침묵한 채 앉아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0

조계종-개혁측 물리적 충돌
기자회견 예정지에선 법회가
인근 공원으로 옮겨 묵언수행
설조 “조계종 변화될 때까지”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원로스님들이 종단 개혁을 외치며 단식선언까지 나섰지만 조계종의 변화는 없었다. 20일 낮 조계사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당초 개혁 측의 기자회견이 열리기로 했던 조계사 일주문에서는 같은 시간 조계종 성역화 불사 기원법회가 열렸다. 개혁 측의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종단 측이 일부러 마련한 것으로 보였다. 장소를 빼앗긴 개혁 측은 조계사 안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진입하다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올해 87세(세수)의 설조스님과 원로, 종회의원 및 중진스님들이 MBC PD 수첩 방영 이후 확산된 종단 내 개혁요구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진행될 예정이었다. 기자회견 장소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개혁측은 결국 조계사 인근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져야 했다.

단식을 예고한 설조스님은 예정대로 단식에 돌입했다.

1994년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스님은 “재가불자들이 정화 종풍을 살려서 여법승가가 종단을 이끌길 바라는 것을 ‘해종’이라고 한다”며 “참으로 괴이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스님은 “큰스님들이시여! 적주 비구들과 그 추종자들로 인해 어지러워진 종단을 맑히고 바로 일으켜 세워달라”며 종단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을 진행하겠다고 결단했다.

설조스님은 현재 조계종 사태의 원인을 비(非)비구들의 종권장악이라고 했다. 스님은 “어느 때부터인가 적주 비구가 한 지역의 큰 사찰을 차지해 익히 주변을 속인 뒤 동류와 작당해 중앙기구를 유린하게 됐다”며 “근간 조계종은 정화의 전통을 계승한 종단인지, 정화의 이념을 짓밟으려는 집단인지 구별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거센 비판을 가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94년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스님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하자 한 스님이 반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0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94년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스님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하자 한 스님이 반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0

이날 기자회견은 우여곡절 끝에 진행됐다. 종단이 일주문에 설치한 초대형 스피커 때문에 일주문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 수 없었고, 총무원 관계자는 조계사 관음전으로 장소를 제안했지만, 종무원 직원들이 출입을 제지하면서 마찰이 일었다.

관음전 옆 무대에서 기자회견을 시도하자 이번엔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이 나타나 스님들을 막아섰다. 내쫓으려는 원명스님과 버티려는 설조스님 측 그리고 조계사 종무원들과 스님을 지지하기 위해 찾아온 불자들이 서로 뒤엉키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격화된 몸싸움 끝에 기자회견 장소는 우정공원으로 옮겨졌다. 설조스님 측은 우정국 뒤편 공터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려 했으나 종로구청 측이 공공장소라는 이유로 제지를 가해왔다. 이 때문에 스님들은 천막도 없이 묵언수행을 시작했다.

한편 조계종 종책모임 법륜승가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원장 설정스님 퇴진을 촉구했다. 이후 법륜승가회 소속 스님들은 조계종 총무원이 위치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이동해 1층 로비에 자리를 잡고 퇴진 촉구 시위에 돌입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중앙종회 법륜승가회와 설조스님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0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중앙종회 법륜승가회와 설조스님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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