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윤경혁 일병 사진. (제공: 국방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0
故 윤경혁 일병 사진. (제공: 국방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0

1만 5000㎞의 가장 길고 먼 귀향길

[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1950년 11월 미 1기병사단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故 윤경혁 일병(1923년생)이 68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19일 故 윤 일병의 아들 윤팔현(68, 대구 달성군)씨의 자택을 방문해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와 국방부장관 위로패 등을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국유단 단장과 책임지역 군 관계자, 대구 달성군수, 유가족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번 6.25전사자 신원확인은 2000년 유해발굴 첫 삽을 뜬 이후 128번째이며 북·미 공동발굴에 의해 국군의 신원이 확인된 5번째 유해다.

故 윤경혁 일병은 1923년 대구시 달성군 사사읍 문산리에서 3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이후 1950년 8월경 28세의 나이로 위기에 처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입대했으며 미 1기병사단(카투사)으로 배치받았다.

당시 故 윤 일병은 아내 노상금씨와 1944년에 결혼해 슬하에 2남 1녀를 낳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故 윤 일병이 전사할 당시 아군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총반격작전을 개시했으며 10월 1일 38선을 넘어 북한지역까지 진격해 국토의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11월 25일부터 중공군의 강력한 압박을 받아 결국 38도선까지 전면철수를 해야만 했다. 윤 일병은 이런 과정에서 전사(1950년 11월 28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故 윤 일병의 유해는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01년 북한 평안남도 개천 지역에서 북·미 공동발굴에 의해 미군 유해에 섞여 발굴됐다.

이렇게 발굴된 유해는 미국 하와이에 있는 DPAA(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로 송환돼 신원확인을 위한 정밀감식과정을 거쳐 미군 유해 속에서 극적으로 국군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확인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업무 협약에 따라 한국군 추정 故 윤 일병의 DNA 시료를 올해 초 국유단에 인계해 지난 2011년 6월에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둔 아들 윤팔현씨와 신원이 일치한 것을 확인했다.

윤팔현씨는 “부자 관계 확인을 위한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가장 설레고 떨리는 시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현재 故 윤 일병의 유해는 미국 DPAA가 있는 하와이에 있으며 오는 7월 한·미 6.25전사자 유해 상호송환행사를 통해 고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故 윤 일병의 귀환은 북한에서 미국 하와이를 거쳐 다시 한국까지 68년의 시간과 약 1만 5000㎞의 가장 길고 먼 귀향길이 됐다.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은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대한민국을 목숨바쳐 지켜낸 호국의 영웅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계신 전사자분들이 아직도 12만 3000여 위나 계신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영웅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에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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