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홍준표 대표가 사퇴했고, 당헌 규정에 따라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이 됐다. 파산 직전의 당을 재건할 책임을 맡은 김 권한대행이 18일 내놓은 혁신안으로 당내외가 어수선하다. 혁신안의 핵심은 ▲중앙당 해체 ▲당명 개정 ▲원내중심 정당 구축 ▲구태청산 태스크포스(TF) 가동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인데, 혁신안이 당내 의견을 종합 수렴한 게 아니라고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는데다가 그 일부 내용들이 정당법과 자체 당헌·당규에 맞지 않아 실효성도 의문이다.

김 권한대행은 중앙당을 해체하고, 자신이 중앙당 청산위원장을 맡아 청산 해체 작업을 진두 지휘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당법과 당 자체규범을 간과한 것이고 대표 권한대행의 월권이 아닐 수 없다. 정당법 제3조(구성)를 보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한다고 되어 있는바, 김 권한대행이 발표한 중앙당 해체는 정당법상 정당 존재 결격으로 한국당의 소멸을 뜻하는 것이다. 또 당 해산은 대의기관(전당대회 등)의 의결이 있어야 하며, 당대표 결정으로 당 해체가 결정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이를 두고 원내 중진들은 의원 의견 수렴도 하지 않고 절차적, 내용적 하자가 있는 혁신안을 내놓은 김성태 권한대행에게 항의하면서 “김 권한대행이 자신에게 모든 권한이 위임됐다고 착각한다면 상황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비판했는데 옳은 말이다. 정당은 정당법에 조직운영의 대강이 정해져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어 그에 따른 권한대행의 권한 역시 한정적이므로 당헌이 정하는 바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으로 원내 국회의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김성태 권한대행은 중앙당 조직을 해체하고 원내 의원 중심으로 집중한다는 것은 반(反)정당적이고 당의 핵심 기구인 전당대회와 그 구성요소인 당원을 무시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당이 국민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려는 의지는 좋다. 하지만 권한대행의 독단이 아닌 의원들의 중의를 모으고, 또 정당법에 맞고 당헌상 대의기관의 의중에 따라 정당하게 당의 비상시기를 잘 해결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당으로서도 맞는 수순일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