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십상시들을 처단하기 위해 각처의 장군과 군사들을 낙양으로 불러들이려 하자 진림과 조조가 반대를 했으나 하진은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 하진이 밀조를 내리자 서량 자사 동탁은 기뻐하며 조정에 표를 올리고 군사를 이끌고 낙양으로 향했다.

조정에서는 동탁이 올린 표를 모든 대신들이 돌려 보았다.

시어사(侍御史) 정태가 간했다. “동탁은 사람이 아니라 시랑(豺狼)이올시다. 낙양으로 끌어들인다면 반드시 사람을 잡아먹을 것입니다.”

하진은 그 말도 무시하고 웃기만 했다. “자네는 의심이 너무 많아 족히 큰일을 의논하지 못하겠네.”

그러자 노식이 나서 말했다. “소인은 본시 동탁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됨이 겉으로는 착한 듯하나 마음은 한독(悍毒)합니다. 한번 금정(禁庭)에 들어온다면 반드시 환난을 일으키고 말 것입니다. 중지하고 오지 못하게 해서 난이 나지 않도록 미리 방비하십시오.”

하진은 노식의 말도 듣지 아니했다. 정태와 노식은 하진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보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니 조정에 벼슬을 버리고 가는 이가 태반이 넘었다.

하진은 사자를 보내어 동탁을 하남부 민지에서 맞을 준비를 하니 동탁은 사위 이유의 말을 듣고 군사를 거느린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한편 십상시 장양의 무리는 동탁의 군대가 움직인 것을 알자 서로 모여 의논했다. “동탁이 군사를 거느려 들어온 것은 하진이 외병을 불러들여 우리를 죽이려 한 것이다. 우리들이 먼저 하수를 써서 하진을 멸족시키는 것이 제일 상책이다.”

십상시들은 하진을 죽일 것을 결의한 후에 먼저 도부수 50명을 장락궁 가덕문 안에 매복시키고 하 태후한테 들어가 아뢰었다.

“지금 대장군이 거짓 조서를 꾸며서 외병을 낙양으로 끌어들여 신의 무리들을 죽이려 하니 낭랑(朗朗)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들의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그럼, 너희들이 대장군부에 나가서 사죄를 드려라.” 하태후의 말에 장양은 다시 애걸을 했다.

“만약 저희들이 대장군부로 가기만 하면 저희들은 살과 뼈는 바스라져 가루가 됩니다. 바라옵건대 낭랑께서는 대장군을 궁으로 부르시어 전교를 내리시옵소서. 그래도 듣지 아니하신다면 신의 무리는 낭랑 앞에서 죽음을 청할 뿐이옵니다.”

태후는 조서를 내려 하진을 궁으로 들라 했다. 하진이 조서를 받고 궁으로 들어가려 할 때 주부 진림이 나서 간했다.

“이번 조서는 반드시 십상시의 음모에 의해 내린 조서니 절대로 입궐해서는 아니 됩니다. 가시면 반드시 화가 있을 것입니다.”

“태후께서 나를 부르시는데 무슨 화가 있단 말이냐?” 하진은 앞뒤 분간도 없이 진림의 간언을 무시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원소가 다시 받았다. “지금 십상시들을 죽이려던 일이 누설돼 벌써 일이 탄로됐는데 그래도 장군께서는 입궐하시려 하십니까?”

조조도 한마디 거들었다. “장군께서 기어코 대궐로 들어가시려면 먼저 십상시들을 불러낸 뒤에 입궐하시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하진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아들들 장난 같은 일이다. 나는 천하의 병마권을 잡고 있다. 십상시란 놈들이 감히 나를 어찌하겠느냐?”

원소가 다시 우겼다. “장군께서 꼭 가시겠다면 저희들은 갑사(甲士)를 거느리고 호종해 불측의 화를 대비하겠습니다.”

말을 마치자 원소와 조조는 정병 5백을 각각 추려서 원소의 아우 원술(袁術)에게 거느리라 하니 원술은 급히 명을 받아 온몸에 갑주투구로 무장을 한 뒤에 천명의 군사로 청쇄문 밖에 포열해 있고 원소와 조조는 칼을 차고 하진을 호위해 장락궁 앞에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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