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세상] 보수는 죽은 게 아니라 그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컬처세상] 보수는 죽은 게 아니라 그저 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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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6.13 지방선거에서 2030세대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세곡동이 강남구청장을 민주당원으로 바꿔버렸다. ‘강남구·송파구=보수’라는 틀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무너져 내리며 보수불패 신화를 깨뜨렸다.

세곡동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직장인 김모씨는 “내가 젊어서가 아니라 내 주변 2030 지인들이 하나같이 민주당을 찍겠다고 말했다”며 “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이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나 더욱 민주당을 찍었다”고 말했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직장인 최모씨는 “찍을 사람이 없어 고민하다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민주당이고 1년여를 나쁘지 않게 리드한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 여당을 눈여겨 잘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으로 눈을 돌린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한국당의 반성하지 않는 모습과 개혁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이전 모습에 실망하고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여당도 물론 부패와 자만감이 있겠지만 새롭게 거듭나려고 노력하는 현재의 모습에 더 응원하고 잘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힘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은 자만해서는 안된다. 많은 젊은 보수주의자들도 이번엔 민주당에게 한 표를 몰아줬다. 진보 세력에 보수층이 한 표를 행사했다고 보수가 궤멸했거나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저 더 잘할 거라고 믿는 현재의 모습에 쓴웃음으로 지원하고 화답한 것이며, 반성을 보이지 않았던 한국당은 당 명칭을 개명하거나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환골탈태를 통해 오만과 독선을 끝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치 않았던 한국당이지만, 이 정도로 대패를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현재 절대적인 민심으로 나타났으며, 민심을 다시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정치를 바꿔야만 하며 정책도 확 바꿔야 한다. 지금 지니고 있는 모든 이미지를 부셔버리고, 국민이 신뢰하는 지도자를 당 대표로 새롭게 추대하고 과거의 정치, 경제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이제는 ‘빨갱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못하는 세상이다. 오히려 빨갱이라는 단어를 쓰면 극우보수분자, 골수지역주의자가 된다. 평화와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이제 우리는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수십년간 지탱해온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민주당도 인기몰이에만 집중하지 말고 젊은층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장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노인들이 국가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민생 개혁에 반영해야 한다.

보수당과 보수 세력에 실망한 국민이나 진보세력들도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무기삼아 보수당에 칼만 꽂아서는 안된다. 변화하는 세상에 맞게 보수도 새롭게 개혁한다면, 그 가치를 존중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보수는 죽지 않았다. 그저 새롭게 태어나고 사랑받기 위해 때를 기다릴 것이다. 보수당과 보수세력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을 대한다면, 국민들은 보수를 다시 심판하려 하기보다 새롭게 기회를 줄지 모른다. 보수당이 다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반성,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당 개편, 강자 중심의 전략에 대한 성찰, 인적쇄신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2년 남짓 남아있는 2020년 총선에서 다시 이번 같은 모욕과 실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대대적인 보수 개혁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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