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쟁없는세상, 청년좌파,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 등 단체 회원들이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에서 정한 세계 병역거부자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병역거부권을 주장하고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제 수감됐다 출소한 병역거부자들이 숫자 540위에 발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한 뒤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기준으로 우리나라 교도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540여명이 수감돼 있다고 전했다. 2016.05.14. (출처: 뉴시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쟁없는세상, 청년좌파,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 등 단체 회원들이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에서 정한 세계 병역거부자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병역거부권을 주장하고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제 수감됐다 출소한 병역거부자들이 숫자 540위에 발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한 뒤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기준으로 우리나라 교도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540여명이 수감돼 있다고 전했다. 2016.05.14. (출처: 뉴시스)

“성경에 무기 들지 말고 전쟁 연습도 하지 말라했으니까”

“판결 혼선, 법치주의 정신과 국민 간 형평성에 균열생겨”

대법원, 공개변론… 12개 단체에도 의견서 제출 요구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14년만에 재검토한다.

대법원은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사건 2건에 대해 8월 30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심적병역거부는 주로 종교적인 이유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공개변론 재판대에 오르는 사건의 피의자도 2명 모두 ‘여호와의증인’ 신도다. 오모씨는 2013년 입영을 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모씨는 현역으로 제대한 후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됐고, 2017년 예비군 훈련 소집에 불참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씨는 징역1년6개월, 남씨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여호와의증인’은 기독교계통 종파로 이사야서 2장 4절과 마태복음 26장 52절 등 ‘전쟁을 연습하지 않는다’ ‘칼을 쳐 보습을 만든다’ ‘칼을 드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등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신앙적 믿음으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병역법과 예비군법상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또 대체복무제 도입과 병역 의무의 형평성 문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법과 비교법적 측면도 고려될 전망이다.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우리 국민의 통보 사안을 심사해 우리나라가 자유권규약 제18조를 위반하였다는 견해를 공표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1년 기존 선례를 변경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아르메니아 정부가 인권규약을 위반하였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국내외 환경과 논의 변화를 반영해 정당한 사유의 해석을 넓히는 판례변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개신교 보수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및 동성애 인식 조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개신교 보수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및 동성애 인식 조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4

반면 징병제 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인정 여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고 아직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혼란이 초래되므로 기존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강하다.

이에 따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에 의해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의 변경 여부를 최종 판단함으로써 이에 관한 그간의 논쟁에 대한 정리가 요청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12개 단체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해당 단체는 국방부, 병무청,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공법학회, 한국형사법학회, 한국헌법학회, 대한국제법학회, 한국법철학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국가인권위원회,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이다.

이와 별도로 기일에 대법정으로 출석해 구두로 의견을 진술할 참고인 2~4명을 선정하는 데 대해서도 검찰 및 변호인단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전원합의체에서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에 우선할 수 없다’고 결정했고, 줄곧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하급심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대법원의 결정과는 정반대 심리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 관련 상고심 사건이 100건이 넘고 하급심에서 재판부별로 유무죄 결론이 갈리고 있다”며 공개변론 취지를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건은 지난해 44건, 올해는 28건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크게 증가했다.

논란이 가중되면서 헌법재판소에도 병역법 해당조항의 위헌여부를 가리는 소가 30여건 제기돼 있다.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게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병역거부자들은 기소되면 징역 1년6개월 징역형을 받는다. 지난 60년간 이 건으로 수감된 병역거부자가 1만 9000여명에 달한다.

대법원은 변론이 끝나면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최종토론을 벌인 뒤 2개월에서 4개월 안에 판결선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개신교 보수진영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다.

개신교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의 대표 유만석 목사는 최근 논평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법치주의 정신과 국민 간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오자마자 ‘위헌 청구’를 한 상태”라며 “이런 가운데 일선 법원에서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어 법치주의 정신과 국민 간에 형평성에도 균열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결과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를 이해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해할 수 없다’는 답변이 66.8%로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이해할 수 있다’는 26.6%, ‘모르겠다’와 무응답은 6.6%였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가 21.2%, 찬성이 73.4%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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