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지난 20일 요란하게 시작됐다. 며칠 지켜본 반응은 ‘역시나’였다.

후보자 검증에 나서야 할 의원들은 갖은 핑계를 대며 자리에 나오지 않고, 매년 이뤄지는 판에 박힌 듯한 인신공격성 후보자 깎아내리기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아울러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는 또 한 번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 미비를 드러내고 말았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2000년 도입된 국회인사청문회는 자질이 없는 후보자를 합법적으로 낙마시킬 수 있는 자리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그 자리에 대한 의무감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청문회 스타’가 되려고 보여주는 쇼맨십이나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자는 안일한 태도가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야당은 몇 명을 낙마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둥 인사청문회를 정치사냥에 이용하는 생각 없는 태도를 그대로 언론에 노출하고 있고, 여당은 이번에도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듯 보인다. 
특히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제기한 의혹은 이미 언론에서 다룬 것들이 태반이고, 핵심사안인 정책문제에 관해선 질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어물쩍 모은 자료로 각종 의혹만 키워나갈 뿐 확실하게 짚어내는 부분은 없고, 후보자가 수그러든다 싶으면 언성을 높이며 코너로 몰아가기 일쑤다.  

후보자의 인성도 논란거리다.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끝까지 사퇴를 하지 않는 ‘용기’ 있는 후보자가 있는가 하면, 은근히 여당의 두둔을 통해 청문회를 넘겠다는 몸짓도 엿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다. 이번 개각안을 내놓으면서 청와대는 “고르고 골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의 말과는 달리 대부분 후보자들이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탈세, 병역 등의 굵직한 의혹을 사고 있고 몇몇 건은 이미 사실로 드러났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인사청문회, 취지는 좋지만 유명무실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 등 선진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를 적극 검토해 국민들의 기대를 다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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