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국회 청문회 검증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터져 나온다. 위장전입, 탈세, 뇌물 혐의, 부동산 투기, 분양권 전매, 부적절한 처신과 언행 등 시중의 장삼이사(張三李四)와 공직 후보자의 행위가 다를 것이 없다. 청문회장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잘못을 자복(自服)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인 것들도 많았다.

대부분의 것들은 청문회장에서 해명하고 밝힐 것이라고 숙제로 미루어졌다. 실제 해명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겠지만 고위 공직후보자들에게 씌워지는 이런 혐오스런 혐의만으로도 민초들은 살맛을 잃는다. ‘도대체 믿을 사람이 누군가.’ ‘백년하청(百年河淸)인가.’ ‘언제나 이 나라에서 이 같은 도덕적 해이의 먹구름이 벗겨지려나.’

국회 청문회는 항상 시끄럽다. 치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결과는 낙마(落馬)하는 후보를 찾아보기 어려우니 청문회는 해서 뭐하나 하는 회의가 인다. 국회의원들 앞에서 깊숙이 머리 조아리고 변명을 잘 하면 적당히 넘어가지기 마련 아닌가.

또 국회가 뭐라고 검증 결론을 내든 간에 청와대가 안 받아들이면 그만이지 않은가. 결국 국민이 생각하기에 국회의 인사청문회라는 것은 민초들이 생각하는 ‘딸깍발이’ 같은 윤리의 잣대에 충실한 것이 아니다. 국민이 마음속으로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는 사람도 버젓이 용서받고 등용된다.

이런 ‘현실’은 국민에게 울화를 안기기에 충분하다. 살맛을 잃게 한다. 국민과 함께 해야 할 정치는 그것이 말뿐이지 종래에는 ‘한통속’인 그들끼리의 길을 갈 뿐이지 않은가. 국민이 느끼는 이런 허탈감을 위정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번에는 좀 달라질까. 이번만은 면죄부나 주는 청문회가 안 될 수 없을까. 속고 속아왔지만 아직도 국민 대다수의 마음속에는 한 가닥 그 같은 희망이 여전히 살아 꿈틀거린다. 아니 그것은 가면 갈수록 관용스러워지고 무디어지는 ‘검증의 잣대’에 대한 소리 없는 비판의 아우성으로 뜨겁게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이 그나마 이 사회를 끝까지 지켜주고 밝혀주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며 부패를 막아주는 소금일 것이다. 이것을 안다면 국회 청문회가 면죄부를 주는 통과의례의 요식행위가 되거나 청와대가 청문회의 검증 결과에 국민의 상식이나 정서와 동떨어지게 구속을 느끼지 않고 지나치게 자유스러워져도 안 될 것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는 국회의원들이 우월적인 지위와 현란한 정치 기량(技倆)이나 뽐내는 자리가 돼서도 안 될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국민 앞에 진솔하게 밝혀내는 본분에 진력해야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치공세나 근거 없는 흠집 내기, 지엽 말단적인 개인의 스타일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유치하다. 하지만 청문회의 현실적 운용은 이런 원론에 부합하지만은 않다. 여야의 부질없는 싸움판이 안 된 때가 없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은 일이 별로 없다.

심지어 어느 국회의원은 총리 후보의 손을 높이 드는 몸에 밴 스타일에 대해 ‘건방지다’고 했다. 분명히 지나쳤다. 이것은 본분에서의 심각한 일탈이 아닌가. 무슨 혐의가 있다고 해서 이렇게 인격까지를 모독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후보를 검증하는 국회의원도 겸손해져야 진정 국민을 위한 훌륭한 공복(公僕)을 가려내는 청문회로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후보자들도 마땅히 겸손하고 성실하게 청문회에 임(臨)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나 검증 대상자 모두가 국민을 섬기는 국민의 공복들인 이상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며 당연히 베풀어야 할 공복의 서비스다.

청문회는 국민을 대신해 엄밀하게 ‘가라지’와 ‘알곡’을 선별해주어야 할 임무를 가지고 있다. ‘선별’의 기준은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느냐’의 관용이 아니라 적어도 국민의 대다수가 공감하는 정도의 윤리 기준은 돼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민이 자신들을 위해 봉사하는 훌륭한 공복을 거느리는 행복과 축복을 누리게 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에 의해 뽑힌 국회의원들의 의무이며 국민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청문회는 예나 지금이나 고위 파워 엘리트들(Power Elites)끼리의 허망한 말잔치나 정쟁(政爭)에 불과하다는 허탈감만을 국민에게 안겨주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고위 공직은 보통의 시중 사람 아무나가 갈 수 있거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가문의 영광이며 일신의 영달이고 영광이지만 철저한 윤리적 자기 관리와 청렴성, 국민에 대한 충복(忠僕) 의식과 능력을 갖추고 생활화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고난의 자리다. 이것이 안 되면 공직은 단념해야 옳다.

청문회가 할 일은 이 점을 명백하게 경고하고 차후의 교훈으로 남기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직에 만연하는 모럴해저드(Moral Hazard)의 먹구름을 벗겨내고 사회를 건강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청문회와 그 결과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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