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완희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오전 불법 정치자금 후원 혐의와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오전 불법 정치자금 후원 혐의와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들어서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17

KT 전·현직 임원 사전 구속영장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황창규 KT 회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 등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황 회장과 정책협력(CR) 부문 KT 전·현직 임원 등 4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17일 황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대문구 본청에 소환해 조사했다. KT가 지난 2002년 민영화된 이후 KT 현직 CEO(최고경영자)가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사례는 처음이다. 경찰은 황 회장이 KT의 불법 후원금 모집에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고 1월에는 황 회장의 집무실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지사를 압수수색 한 바 있다. 2월에는 KT의 자회사 KT커머스에 대한 압수수색도 펼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KT가 상품권 깡을 통해 11억 5000만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현금 4억 4190만원을 19대·20대 국회의원 99명의 정치후원회 계좌에 ‘쪼개기 후원’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KT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2017년에는 대관부서인 CR부문 임직원 명의로, 20대 총선이 있었던 2016년에는 사장 등 고위 임원을 포함해 27명 명의를 동원해 후원금을 냈다.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인이나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 역시 해당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에 KT의 대관부서 직원들이 자사 임원들의 이름으로 돈을 입금한 후 해당 임원들의 인적사항을 국회의원 보좌진 등에게 직접 알려줬다. 통상 임·직원 명의로 후원금이 입금되면 이를 받은 국회의원 후원회에서는 후원금의 출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KT로부터 후원에 대해 통보받은 일부 의원실은 “알겠다” “고맙다”고 답변하거나 후원금 대신 지역구 내 지정 단체에 기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단체의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고 거부한 의원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금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러 상임위원회에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KT와 관련해 밀접한 현안을 다루던 곳이다.

특히 2014∼2015년에는 특정업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법’이 KT와 관련된 중요 현안이었다. 2015∼2016년에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제외, 케이뱅크 인가와 관련 은행법 개정 등 사안에 국회가 관여하고 있었다.

KT의 대관부서인 CR부문 임원은 “불법 정치후원금 기부의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두 회장까지 보고해 이루어졌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 측은 “국회에 대한 후원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후원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 없고 CR부서의 일탈행위”라고 부인했다.

경찰은 KT의 법인자금을 후원회 계좌로 입금받은 국회의원실의 관계자(후원회 회계책임자 등)를 일부 소환하는 등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일부 의원실에서 정치후원금 대신 지역구 내 시설·단체 등에 기부·협찬 요구 및 보좌진·지인 등을 KT에 취업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서는 KT측과 국회의원실 관계자 등을 상대로 추가 수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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