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교황청이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중국 주교 임명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협상을 개시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4월 바티칸 성베드로광 장에서 중국인 신자들을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뉴시스)
중국과 교황청이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중국 주교 임명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협상을 개시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4월 바티칸 성베드로광 장에서 중국인 신자들을 만나는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뉴시스)

‘中 추천 교황 임명’ 베트남식 관심
지하교회·대만외교 등 난제 풀어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교황청과 중국이 주교 서품(임명권)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을 인용해 “중국과 교황청이 중국 내 주교 임명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협상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중국 가톨릭교회의 주교 서품에 관한 양측의 입장차가 상당히 좁혀져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교황청이 이를 전면 부인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최근에서야 다시 교황청과 중국 인사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비공개로 주교 서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교황청이 종교적 관례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문제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알렸다.

교황청은 이번 만남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과의 협상 타결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양측은 꾸준히 서품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과 중국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주교 임명권 문제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양국 관계 정상화의 주요 걸림돌인 주교 임명권 해결 방식을 사실상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빠르면 3월 공식 합의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익명의 교황청 고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3월말이 되기 전 (중국 당국과 가톨릭 주교 임명에 관해)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지금이 중국 당국과 주교 임명 절차에 대한 협정에 서명하기 좋은 시기”라고 했다. 그러나 교황청이 공개적으로 이를 부인하면서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교 서품 권한을 둘러싸고 중국과 수십 년간 마찰을 빚어온 교황청은 주교 임명권 문제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주교 서품권은 교황의 권위를 나타내는 권한이다. 또한 동아시아 가톨릭교회 교세 확장 등의 문제도 겹쳐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유럽·미주 지역의 가톨릭 신자는 감소하는 반면 아시아 지역의 신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 약 1200만명에 달하는 가톨릭 신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교황을 따르는 지하교회 신자들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천주교 애국회에 소속된 신자들로 양분돼 있다.

양측은 주교 서품 절충안으로 ‘베트남 모델(정부 추천 후 교황 임명)’ 등을 논의했으며 이를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올해 초 “교황이 중국 정부가 임명한 주교 7명을 받아들여 해당 중국 교구의 책임자임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모델은 정부가 교황청에 제출하는 주교 후보자 명부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하고, 교황청은 결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교황은 최종적으로 주교를 임명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콩 대주교 출신의 고위성직자 조지프 쩐(陳日君) 추기경은 중국 주교 7명 임명 소식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황청이 가톨릭교회를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십년을 중국 정부의 감시와 통제, 탄압을 받아온 지하교회 신자들의 신앙을 무시한 처사이자, 지하교회 체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행태라는 것이다.

교황청은 대만과의 외교 문제도 잘 풀어내야 하는 숙제다. 공산당 정부인 중국은 1951년 교황청이 대만을 합법정부로 인정하자 교황청과의 외교 관계를 끊었다. 중국은 외교관계 수립의 전제 조건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대만 정부와 외교 관계를 맺은 수교국은 20개 정도다. 수교국 상당수가 가톨릭을 믿는 중남미 국가들로, 교황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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