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아프가니스탄 가즈니 주에서 내전 종식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수도 카불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8일 아프가니스탄 가즈니 주에서 내전 종식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수도 카불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다음 세대는 평화 누릴 수 있도록”

600㎞ 걸으며 수도 카불로 행진

주민 7명에서 80명으로 늘어나

[천지일보=이솜 기자] 17년째 탈레반과 정부군의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내전 지역을 가로지르며 평화요구 행진을 벌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영국 BBC 방송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거센 공세를 펼치는 헬만드 주 주도 라슈카르가의 주민들은 4주 전 이곳을 출발해 600㎞를 걸으며 수도 카불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당초 7명으로 시작한 행진은 카불을 50㎞ 정도 앞두고 80명으로 늘어났다.

참가자들은 이 전쟁과 유혈사태에 지쳐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원한다며 탈레반과 정부가 전쟁을 중단하고 한자리에 앉아 평화회담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르다르 모함마드 사르와리는 행진하는 이유에 대해 “이곳 아프간에는 안전한 곳은 없다”면서 “집에 있다 죽거나 상점에 가다가 죽느니 다음 세대는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평화를 위해 죽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번 행진은 지난 3월 라슈카르가에서 레슬링 경기 관객을 겨냥해 벌어진 폭탄테러로 13명이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주민들은 테러 반대 시위에 나서며 여기에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수도 카불로 가서 정부 지도자들에게 직접 우리 뜻을 전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등 여러 반군과 테러리스트들이 출몰하는 도로를 따라 밤낮으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이슬람 단식성월 라마단을 맞아 물도 마시지 않고 40℃를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 한 달 동안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행진하고 있다.

아프간에서는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이후 정부군과 나토 등 연합군을 상대로 한 탈레반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내전 과정에서 로켓포 공격, 자살폭탄 테러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 공격으로 지난해에만 민간인 3438명이 숨지고 7015명이 다치는 등 군인을 제외한 민간인 피해만 해도 상당했다.

이에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올해 초 탈레반을 합법조직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평화협상 참여를 제안했다. 이어 내전 중 처음으로 정부와 탈레반이 라마단과 이드알피트르 축제를 맞아 한시적으로 휴전을 선언하는 등 평화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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