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원화 소설가… 소외 여성·인간 가치 다루는 페미니스트를 꿈꾸다
[인터뷰] 이원화 소설가… 소외 여성·인간 가치 다루는 페미니스트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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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전남=김미정 기자] 지난 5일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원화 소설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6
[천지일보 전남=김미정 기자] 지난 5일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원화 소설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6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설로
“어릴 적 노트에 ‘소설가’ 꿈”
“진정한 평화, 조화로운 삶”

[천지일보 전남=김미정 기자] “요즘 미투 운동이 활발하다. 그러나 ‘왜 이제 와서’ ‘불만 있나’ 같은 시선, 이런 의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항상 있었던 것이다. 소외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뤄왔고 앞으로도 다룰 예정이다. 소설에서도 인간의 가치를 표현하는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다.”

최근 ‘임을 위한 행진곡’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써 화제가 된 이원화 소설가를 지난 5일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여느 작가와 같이 까다롭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깨고 기자 앞에 모습을 보인 이원화 소설가는 수더분한 이웃, 친구 같았다.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이원화 소설가. 그런 그의 삶은 한 편의 소설이 됐다.

“20살에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고 있던 어느 날 남편과 사별하게 됐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보험을 했다. 일명 ‘보험아줌마’가 된 것이다. 편안해 보이는 인상 덕분에 잘할 것이라는 평과 달리 정말 힘들었다. 무엇보다 충격을 받은 것은 양복을 입은 멋진 남자가 버스정류소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저 남자가 보험 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버스를 탄 남자가 바로 내렸다. 이후 버스에서 소매치기라는 것을 알고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없나’하는 생각에 그만두게 됐다.”

고향인 완도 시골집에 갔다가 우연히 다락방에 남아있던 학창시절 노트를 발견한 이 작가는 “부모님이 어릴 적 썼던 시, 소설, 노트 등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다. 노트에는 20대 꿈, 30대 꿈, 40대 꿈이 적혀 있었다. 까맣게 잊었는데 40대 꿈 ‘소설가’라는 글을 본 순간 내 안에 잠들었던 꿈이 깨어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소설가의 꿈을 이루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 1998년 시작하려던 꿈은 환경이 여의치 않아 이후 1999년 친구와 함께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방송통신대에 다니며 시를 쓰는 동아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시 보다는 소설’이 맞는다는 의견이 많아 소설가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시도했고 지난 200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길을 묻다’로 당선되면서 소설가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내가 살아온 삶을 표현하고 싶어 쓴 글이 ‘길을 묻다’이다. ‘길을 묻다’는 길을 물어본다는 의미도 있지만, 길을 땅에 묻어버린다는 의미도 있다. 인생도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책 제목을 그렇게 짓고 내 삶을 표현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공감한 것 같다.”

이후에도 이 소설가는 ‘키스가 있는 모텔’ ‘꽃이지는 시간’ 등의 단편집을 내놓는다. 그런 이 소설가가 어떻게 ‘임을 위한 행진곡’과 인연이 됐을까. 

“삶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고, 때와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소설에 담아왔다. 그런 환경에 의해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써오던 찰나 박기복 감독을 만나게 됐다.”

보통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이미 나온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쓰는 경우는 드물다. 

“박 감독을 만났을 때 5.18에 대해 잘 모르니 적임자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문학적인 시각에서 다뤄주길 바랐다. 그래서 영화 흥행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하고 쓰게 됐지만 도움이 많이 못 된 것 같아 씁쓸하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설로 쓰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건 무엇일까. 

“영화를 보면 5.18을 너무 왜곡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크게 보면 5.18의 역사, 아픔을 다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표정이나 음향 효과 등으로 표현한 것을 글로 써야 하니 ‘저 상황에서 저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글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예로 주인공 희수가 총을 맞고 쓰러진 후 신부가 기도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다 신부님 3명을 직접 만나 천주교의 의식, 기도 등을 하나하나 물어본 끝에 영화에 나온 기도문을 쓰게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의미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소설로 쓴 것이라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원화’라는 이름을 알리는 기회가 된 것은 사실이다. 또 장편이라 보긴 어렵지만 ‘장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서 장편을 쓸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5.18 하면 민주화, 자유, 평등, 평화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이 소설가에게 평화란.

“진정한 평화는 조화로운 삶이라 생각한다. ‘남자’ ‘여자’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데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존중하며 살아갈 것인가. 내 인권이 소중하듯 상대방 인권도 지켜주는 의식이 필요하다. 요즘 직장에서는 ‘휴가 어디가’라고 물어보는 것도 안 된다는 얘길 들었다. 현대 사람들은 ‘외롭다’면서도 관심 있는 말에 자칫하면 성추행으로 몰린다. 서로 존중하고 조화롭게 산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수더분한 첫인상과 달리 진정한 페미니스트를 꿈꾼다는 그의 소망이 소망으로만 끝날 것 같진 않다. 그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오늘 인터뷰하기 전에 막 원고를 제출하고 왔다. 소설은 내 인생의 날개를 달아준, 내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준 ‘터닝 포인트’인 것은 분명하다. 살아오는 데 소설이 엄청나게 큰 힘이 됐다. 그냥 아줌마로 살 인생을 소설을 쓰면서 ‘이원화’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 가장 보람되다. 우리 사회에 대해 직장의 계약직 문제 등 이런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글을 쓸 계획을 갖고 지금도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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