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15일 형사조치 여부 등을 포함한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15일 형사조치 여부 등을 포함한 후속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 제공”

의혹 연루 현직판사 징계절차 시행

 

앞으로 사법제도 개혁작업 집중 계획

“예상보다 소극적 조치” 반발 목소리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검찰 고발 대신 수사 협조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형사조치를 촉구해 왔던 소장판사와 시민사회 등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진 장담할 수 없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검찰 고발이나 수사 의뢰 대신 수사가 진행될 경우 협조하겠다고 15일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접한 후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셨을 충격과 분노에 대해 사법부를 대표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대법원장은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법부 차원의 고발은 하지 않되, 시민단체 등의 고소·고발이 잇따른 만큼,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미다.

그간 법원 내부에선 검찰 수사를 두고선 찬반으로 갈렸다. 배석·단독 판사 등 비교적 젊은 판사들은 검찰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견 판사는 검찰 수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김 대법원장이 나름대로 절충안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써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 대법원장이 검찰 고발이 아닌 수사 협조를 택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달린다.

김 대법원장은 또 이번 의혹에 연루된 현직판사에 대한 징계절차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을 포함한 13명의 법관에 대해 징계절차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관여 정도와 담당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징계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일부 대상자에 대한 재판업무 배제 조치를 취했다. 조사가 미진했다는 일부 지적도 감안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영구 보존할 것을 지시했다.

김 대법원장은 향후 사법제도 개혁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사법부 스스로 훼손한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꾸짖음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번 말씀드린 방안이 근본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사법권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이를 반대하는 일부 판사의 뒷조사를 하고, 청와대와 재판 거래 정황을 담은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법률가들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속조치 방안을 비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법률가들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속조치 방안을 비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그간 형사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던 만큼, 김 대법원장의 이번 후속조치를 놓고 소장판사와 시민사회 등 법원 안팎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법률가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소극적인 조치라고 비난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외부기관이 수사해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도록 (수사를) 의뢰하는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의무”라며 “우리가 예상했던 조치보다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재판거래 범죄행위는 국민에 대한 범죄이기 때문에 모든 물적·인적 자료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농단 사태는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이 될 수 없고, 수사로 끝날 상황도 아니다”며 “국민은 몇 사람을 처벌한다고 해서 사법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농단 범죄를 저지른 자는 고위직 판사들이다. 이들이 사법부 독립을 짓밟았다”면서 “이 때문에 국민 목소리를 담아서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 사법부 ‘셀프 개혁’만으로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도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장이 언론에 일부 공개된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인적·물적 조사자료만으로도 범죄 혐의가 짙은 사안에 대해 고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현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대법원장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이번 담화는 관료화된 사법부 내에서 스스로에 의한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하는 것이자, 그동안 우리 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와 국민의 요구에는 못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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