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보수야권… 한국당은 진로 ‘내홍’, 바른미래는 ‘비대위 체제’로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6.13지방선거 참패의 충격파에 휩싸인 보수야당이 15일 당 수습 방안을 놓고 이틀째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수정당으로서 충격적인 참패를 당한 한국당은 당 해체 수준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공감하고 있으나 방법을 놓고는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 진로를 놓고 내부 갈등이 노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기존 한국당의 틀 내에서 재건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당 해산을 선언하고 새로운 차원에서 보수 정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놓고도 찬반 목소리로 갈라지고 있다. 

전대를 빨리 열어 새 지도체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쪽은 현재의 틀 안에서 대대적인 당 리모델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지도부 얼굴이 바뀌면서 당 체제나 운영 같은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바른미래당도 한국당도 지금 현재는 폭삭 망했기 때문에, 여기서 무슨 해체를 해봤자 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반대파는 이번 참패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당 정체성과 시대정신을 되돌아보는 등 근본적인 성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 체제 구성 등 기존의 일반적인 수습 방안으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돌려세우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성태 권한대행은 이날 비상의총에서 “금이 간 담장, 주저앉은 처마 다 들어내고 튼튼한 기반 위에 새집을 지어야 한다. 자기 혁신에 게으른 보수가 적당히 땜빵하려는 모습에 우리 국민은 속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순 리모델링 수준의 쇄신으로는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면서 아예 당 해산을 선언하고 당 외부의 보수 우파와 중도 세력까지 참여해 새로운 보수당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엔 이미 한국당이 보수당으로서 탄핵을 당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정당이 스스로 쇄신을 외쳐봤자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 재건을 주도할 구심점이 사실상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진 한국당은 당 수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 권력 투쟁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차기 당권을 놓고 계파 갈등에 휩싸일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더욱 치명타가 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패의 수모를 당한 바른미래당은 이날 당 지도부가 총사퇴를 선언하는 등 내부 수습에 나섰다. 전날 유승민 공동대표에 이어 박주선 대표, 최고위원까지 모두 사퇴하면서 혼란스런 상황을 맞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김동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또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를 2개월 이내에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