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여름 밤의 꿈(2018, 레드 트라버틴)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여름 밤의 꿈(2018, 레드 트라버틴)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대가족에서 자라 작품 분위기 영향

돌 깎고 닦는 방법 따라 색 변화 줘

다양한 운동으로 작업 에너지 얻어

“시련에 부닥칠수록 좋은 작품 나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돌은 거칠고, 딱딱한 이미지다. 온도는 차갑게 느껴져 굳이 곁에 두지 않으려고 하는 물질이 돌이다. 이러한 돌에 감정을 입히고, 움직임을 줘 작품으로 만든 이가 있다. 바로 김성욱(52, 남) 작가다.

그의 작품 소재는 여러 가지 돌이다. 화강석부터 현산석, 한백옥, 레드 트라버틴, 이태리 대리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돌이 작품에 사용된다. 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골목에서 동그랗고 귀여운 돌조각이 전시된 전시장에서 김성욱 작가를 만나 조각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성욱 작가. (제공: 김성욱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김성욱 작가. (제공: 김성욱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저는 돌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돌을 조각하기 위해 태어났죠.”

푸근한 미소로 말을 건네 김 작가는 자신을 이같이 소개했다. 편안한 그의 표정과 분위기처럼 돌로 만들어진 조각 작품은 하나같이 따뜻하고 정답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곡선을 살린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도 하나같이 편안한 표정이었다.

딱딱한 돌을 따뜻한 감정을 담아 조각하기는 쉽지 않을 터. 그는 자신의 자라온 환경이 따뜻했다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대가족이 살았다. 제가 7남매 중 6번째다. 막내나 다름없었다”며 “가족의 분위기가 부드럽게 다정다감하다. 그런 환경들이 저한테 추억이 됐고, 의식 속에서 작품에 자연스럽게 베어 나왔다”고 설명했다.

Strech my back(2015, Beige Travertine). (제공: 김성욱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Strech my back(2015, Beige Travertine). (제공: 김성욱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그의 작품의 주제는 ▲물고기를 머리에 얹은 여인 ▲엄마와 놀이하는 아이 ▲오토바이 타는 남자 ▲천사와 고양이 ▲한여름 밤의 꿈 ▲장날에 오리 등 가지각색이다. 김 작가는 대부분의 소재를 일상에서 찾는다.

그는 “과거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은 작품의 주제가 된다. 일상은 머릿속 이미지로 잔재 돼 자연스럽게 환기되고, 다시 망각하기를 반복한다”며 “잊힌 기억은 돌의 물성에 반해 부드럽게 온화한 작품으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작업은 10일 정도 진행되며, 다양한 방법으로 시작된다. 그는 “돌을 보는 순간 ‘이런 이미지를 뽑아내면 되겠다’는 생각이 거침없이 든다. 정말 신기하다”며 “물론 이전에 ‘에스키스 드로잉(작업하기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을 바탕으로 만들어보기도 한다. 만들면서 돌의 모양에 따라 형상이 드러난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돌 속에 갇혀 있던 형상을 끄집어낸 것처럼 작업이 자연스럽게 되더라”고 회상했다.

작품은 하나의 덩어리지만 색이 두 가지 이상인 작품도 있다. 김 작가는 돌을 깎고 닦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색을 유도한다. 그는 “돌이 가지고 있는 색은 모두 깊이가 있다. 이 때문에 돌에 광을 내면 색깔 짙어진다”며 “거칠게 하면 자연 발색이 안 되니까 물을 축여서 부드럽게 만든다. 참 신기한 작업이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Forward Dives(2015, 현산석).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Forward Dives(2015, 현산석).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5

 

돌 작업은 육체적 노동이 수반된다. 그는 수영, 헬스, 요가, 등산, 스피닝 등 좋아하는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했다. 그가 힘든 돌 작업을 25년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운동은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김 작가는 “언제부턴가 운동하는 모습과 기억, 그리고 짧지만 달콤한 휴식의 순간들을 조각으로 표현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휴식은 재충전을 통해 작업을 조화롭고 효율적으로 하는 원천이 된다. 또 의욕을 되살리고 집중력을 향상한다”고 전했다. 그의 생각은 ‘Relaxation’ ‘Balasana’ ‘Eka pada raja kapotasana(비둘기 자세)’ ‘Uttanasana’ 등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이후 그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현재 미술시장 작가들의 행보가 안타깝다”며 탄식했다. 느긋하고 안정적으로 말하던 김 작가가 단호하고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려울수록 작가가 작품에 열심을 내야 하는데 대작하거나 돈만 바라는 작가들이 많아요. 전 작품이 작가와 동일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득하게 작업할 수 없고,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죠.”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