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자유한국당 해체와 신 보수정당의 길
[정치평론] 자유한국당 해체와 신 보수정당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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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제7회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는 분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14곳을 석권했다.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에서도 민주당은 후보를 낸 11곳 모두 당선됐다. 그리고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까지 다 합쳐서 보더라도 말 그대로 ‘압승’이다.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적은 없었다. 선거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결과라 하겠다.

반대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궤멸적인 참패를 당했다. 마치 홍준표 대표체제의 자유한국당을 ‘응징’이라도 하듯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완패를 당했다. 대구·경북을 지켜낸 것은 ‘다행’이 아니라 그마저도 ‘비극’에 가깝다. ‘영남 자민련’으로 몰락한 자유한국당의 치명적인 한계가 바로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여론을 모욕하고 진실을 의심하고 심지어 시대마저 메쳤던 그들의 오만과 독선의 끝은 결국 대구·경북으로 포위된 형국으로 귀결됐다. 물론 거기서도 구미를 비롯해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긴 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투표율까지 높았다. 응징의 무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해산하고 재창당해야  

이번 지방선거는 전형적인 ‘프레임 전쟁’이었다. 그것도 가장 단순한 인물 프레임, 즉 ‘문재인 대통령 대 홍준표 대표의 싸움’이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장 쉬운 선거가 됐지만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최악의 프레임이 된 셈이다. 물론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선거 직전까지도 프레임이 그렇게 형성될지, 또 그것이 망하는 길인 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홍준표 대표의 입은 한시도 쉬지를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 홍준표의 전쟁, 이 전쟁에서 자유한국당 남경필, 유정복, 김태호 후보 등 유능한 후보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리고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그 유탄을 맞고 말았다. 반대로 제주지사에 당선된 원희룡 지사는 용케도 살아남았다. 바른미래당 간판을 떼면서 유탄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이렇게 가도 괜찮은 것인지, 지방선거 결과가 이렇게 나와도 되는 것인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정치현실은 냉정했고 국민은 떨쳐 일어나 표로써 심판했을 뿐이다.

이제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지형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다. 이대로 다음 총선을 준비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가시적인 행동이 어려울 것이다. 이를 주도할 만한 인물도 동력도 그리고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자유한국당 내부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혁신안이 나와야 한다. 다시 말하면 낡고 병든 ‘당의 모든 것’을 걷어내고 새롭고 역동적이며 건강한 체질로 전화시켜야 한다. 과거 ‘천막당사’의 기억은 잊어야 한다. 지금 그럴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이제는 말 그대로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결단’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의 육참골단, 그것은 당을 ‘자진해산’ 하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당법에 따라 당내 의결을 통해 당 해산절차를 밟으면 된다. 물론 당의 인적, 물적 자산의 상당부분은 던져야 한다. 그리고 퇴출시켜야 할 ‘구태’와는 확실하게 절연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 후에 ‘신보수주의’를 기치로 ‘재창당’하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 완전히 허물지 않고서는 새 집을 지을 수 없다는 이치와 같다. 물론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당의 자진해산과 재창당의 길이 아니라면 자유한국당의 체질 개선은 그 어떤 시도도 국민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이다. 단순한 ‘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최고위원들 사퇴 그리고 또 비대위 체제, 다시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식을 밟을 것인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마치 폭발하듯이 분출한 국민의 분노와 응징을 보고서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간다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없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패배는 대체로 일반화된 예견이었다. 결과는 그 예견을 훨씬 뛰어 넘었을 뿐이다. 시대는 대결을 넘어 대화로, 전쟁을 넘어 평화로 가는데 홍준표의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거꾸로 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안은커녕 대치만 강화시키는 언행에 국민은 절망했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홍 대표의 거친 언행에 국민은 분노했다. ‘보수’를 말하는 당 대표의 언행치고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요, 저급한 품격이었기 때문이다. 참고 참았던 국민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를 통해 응징한 셈이다.

그러나 홍 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 심지어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홍준표의 자유한국당에 대한 위기를 지적하고 경고했었다. 그럼에도 당내 누구도 이를 직시하거나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홍 대표에 동조하거나 침묵했을 뿐이다. 그들도 유죄이다. 그 많은 초선 의원들, 그 많은 개혁적 중진 의원들은 다 어디로 갔었던가. 이제 와서 모두 홍 대표만의 책임으로 돌릴 텐가. 이제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 당을 해산하고 재창당하는 것이 옳다. 피가 철철 흐르는 내 살을 내주는 결단 없이 또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사즉생,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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