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모스크바 붉은 광장 투어를 했다. 국립역사박물관 앞에서 독일의 모스크바 침공을 방어해 제2차 세계대전의 전세(戰勢)를 뒤집은 주코프 장군 기마상을 보았다. 그가 탄 말은 나치 마크를 발굽으로 짓누르고 있다.

‘부활의 문’을 지나니 붉은 광장이다. 정면은 성 바실리 대성당, 오른 편은 크렘린의 붉은 성벽과 레닌 묘, 왼편은 굼 백화점이다. 

가장 보고 싶은 곳은 러시아 정교회 바실리 사원이다. 붉은 벽돌에 갖가지 색깔로 소용돌이치는 양파 모양의 돔은 특이하고 화려하다.

모스크바의 아이콘, 바실리 대성당은 잔혹한 황제 이반 4세(1530~1584)가 1554년에 카잔의 칸국(汗國)을 몰아낸 것을 기념하여 1561년에 지었다.  

그런데 이반 뇌제(雷帝)는 이런 성당을 두 번 다시 못 짓게 했다. 건축을 담당했던 ‘바르마’와 ‘보스토니크’의 두 눈알을 뽑아버린 것이다.  5월 하순 CNN은 러시아의 명화(名畵) ‘이반 뇌제와 아들, 1581년 11월 16일’이 보드카에 취한 러시아 남성에 의해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이 그림은 이반 뇌제가 임신한 며느리의 옷차림을 문제 삼아 아이를 유산시키고, 이에 항의한 아들을 살해한 실화가 소재인데 거장 일리야 레핀(1844∼1930)이 그렸다. 

한편 성당 입구 벽에는 ‘포스롭스키 박물관, 개방일 1923년 5월 21일’  ‘주님 봉헌의 성모 보호 성당 1561년’ 그리고 ‘10개의 예배당 이름이 적힌 배치도’가 적혀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입장료는 1인당 500루블(9천원)이다. 1층 입구 오른편에서 바실리 성당 모형도를 보았다. 그 뒤에는 이반 뇌제의 초상화가 있다. 매서운 눈매를 한 뇌제는 예리한 단검을 들고 있다. 

성당 안은 방이 여러 개다.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 한 곳에서 ‘발가벗은 남자 모습의 성화’를 보았다. 완전 나체의 남자가 천사와 소통하는 모습이다. 이 남자가 바로 ‘그리스도에 미친 바보 바실리’라고 불리는 바실리(1468∼1552) 성인이다. 그는 모스크바 근교의 농노 출신인데 1580년에 성인이 됐고, 1588년에 이 성당에 안치됐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큰 방이 있는데 바로 성 니콜라스 예배당이다. 한 쪽엔 4명의 남성 중창단이 성가를 부르고 있다. 

2층 방을 여기 저기 살핀 뒤에 통로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성당 앞에는 청동상이 있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는데, 한사람은 오른손을 위로 올리고 또 한 사람은 방패를 왼손에 들고서 칼을 다 같이 잡고 있는 조각상. 이들이 바로 1612년에 폴란드를 물리친 전쟁 영웅, 시민 미닌과 포자르스키 장군이다.   

이반 4세가 1584년에 독살되자 러시아는 대혼란을 맞았다. 1601~1602년 2년 동안 냉해와 혹한으로 수확이 격감하더니, 1603년에는 대기근이 닥쳤다. 국민의 1/3이 죽어 거리에 시체가 나뒹굴었다. 

그런데 1604년 폴란드에서 한 청년이 자기가 이반 4세의 아들인 디미트리 왕자라면서 카자흐와 폴란드 귀족의 지지를 얻어 군사를 일으켰다. 1610년에 폴란드는 모스크바를 점령했다. 하지만 미닌과 포자르스키가 연합한 러시아 의병대가 1612년에 폴란드군을 몰아냈고, 1613년에 로마노프 왕조가 탄생했다.  

붉은 광장은 러시아 전쟁사 축소판이다. 러시아월드컵이 개막됐다. 축구전쟁에서 태극전사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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