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行間)

김시철(1930~  )

요만큼이라도
좀 쉬었다가 갔으면 해서
행간을 두어 놓았습니다.

쉬엄쉬엄 가야만
후회할 일도 덜 생길 거고
생각도 더
영글게 아니겠습니까.

노상 빨리 빨리
서둘러 살아온 삶이라서
많이도 후회되고
낭패도 많았답니다.

좀 늦기는 해도 앞으로는
숨 고르는 일만 남았답니다.

 

[시평]

살아온 지난날들을 뒤돌아보면,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쉬지도 않고, 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오듯이 살아온, 그런 날들의 점철이다. 어떠한 무엇 하나 진득하게 영글기를 기다려서, 그 영근 것을 가지고 가기보다는, 영글기도 전에 서둘러 마무리하고 이내 또 다른 것을 향해 뛰어 갔던 모습이 어쩌면 지난 우리네의 젊은 날들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 돌아보면, 이렇듯 점철된 그 날들이 때로는 후회가 되기도 한다. 빨리빨리 살아오다보니 실수도 많았고, 낭패도 많았던 지난 시절. 그래서 비록 이제는 나이도 많아졌고, 또 살아갈 날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어도, 그래서 조금 늦기는 하였지만, 쉬었다 가는 행간(行間)을 삶 속에 마련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마음의 행간, 한번쯤 쉬면서 숨도 추스르고, 마음도 추스르며 지난 시간도 생각해 보고, 앞으로의 일도 헤아리는, 그런 시간. 어쩌면 이러함이 삶의 한 지혜인지도 모른다. 지금 비록 좀 늦기는 했지만, 한번쯤 쉬며 숨 고르며, 지난 시간을, 또 다가올 시간을 헤아리는 지혜, 그 삶의 행간,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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