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데이비드 치퍼필드 “서경배 회장과 ‘조선백자’ 보면서 通했다”
[현장] 데이비드 치퍼필드 “서경배 회장과 ‘조선백자’ 보면서 通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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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설계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4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설계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에서 열린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4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역할하게 될 것”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달항아리 모양을 그대로 구현하는 게 우리의 목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선백자’를 보면서 서경배 회장과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의 관념을 공유할 수 있는 가교의 역할을 해준 것이다.”

준공식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을 찾은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방한 기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치퍼필드는 유명한 건축가이자 이번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을 설계한 주인공이다.

서경배 회장은 사람과 사람, 지역사회, 주변 환경과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고 한다. 치퍼필드는 “이를 위해서는 높은 빌딩보다는 백자 ‘달항아리’ 같이 조용하면서도 강인한 힘을 품은 정육면체를 선택했다”며 “백자도 아름다움이 절제돼 있지만 존재감은 강력한 것처럼, 고층빌딩이 많은 곳에서는 고요함을 가진 빌딩이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기업 성장의 오랜 역사를 함께 한 용산에 다시 자리 잡으면서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 이를 위해 연결이라는 키워드 아래 새로운 본사를 통해 자연과 도시, 지역사회와 회사, 고객과 임직원 사이에 자연스러운 교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고자 고심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설계를 맡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임직원들의 업무시설로서 소속감과 애사심 또한 가질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주민, 지역사회와 서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형태를 구체화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4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4

그는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에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아모레퍼시픽 본사만의 특이성이 담긴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서경배 회장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백자 달항아리에서 아모레퍼시픽과 자신이 표현하려는 아름다움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치퍼필드는 “화려한 기교 없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면서도 편안하고 풍부한 느낌을 주는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이런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수직적으로 높거나 여러 동의 건물이 아니라 단아하고 간결한 형태를 갖춘 단 하나의 커다란 볼륨을 가진 건축물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소통이라는 서 회장의 주문도 녹여내야 했다. 때문에 개방적이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로지아 특징을 지닌 한옥의 중정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루프 가든’을 설계했다. 루프 가든은 각 5층과 11층, 17층에 마련된 건물 속 세개의 정원이다. 5~6개 층을 비워낸 독특한 구조 덕분에 임직원들이 건물 내 어느 곳에서 근무하더라도 자연과 가깝게 호흡하고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며 편안하게 소통하고 휴식할 수 있다.

자칫 답답해보이는 정육면체의 단점을 보완하고 개방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외관에는 파사드(핀)를 설치했다. 이는 햇빛을 차단하는 나무 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 유선형의 수직 알루미늄판을 이어 만든 파사드는 통유리로 벽을 통해 들어오는 직사광선으로 인한 눈부심은 막아주고, 자연 채광을 실내 공간에 골고루 확산시켜 최적의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5층 루프 가든에서 바라본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4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5층 루프 가든에서 바라본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4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회사의 의지를 반영해 건물 내외부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익적인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도 이어졌다. 그 결과물로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공용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진 대형 공간 아트리움을 맞이하게 된다. 물질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고 문화로 소통하는 공적인 공간을 조성해 개방성을 한층 더 강조한 것. ▲1층의 미술관, 전시도록 라이브러리 ▲2층의 450석 규모 대강당 아모레홀, 브랜드 체험공간인 아모레스토어, 어린이집 등이 대표적이다.

지상 5층부터는 아모레퍼시픽 직원 복지공간과 사무공간으로 구성된다. 일반적 업무 공간이 갖는 의미에서 탈피해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협력하는 팀워크가 실현돼 생동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임직원을 위한 공간으로는 직원식당, 휴게시설이 있고 특히 건강관리를 위해 휘트니스 시설도 갖췄다. 16층에는 가정의학과 종합진료뿐 아니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 요일별 특화 진료를 진행하는 사내병원 AP-세브란스 클리닉은를 운영하고 있다. 5층에는 임직원을 위한 마사지 공간인 ‘라온’도 마련돼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프로젝트 초기 아이디어를 끝까지 일관되게 가져가는 건 쉽지 않은데 이번 작업은 그게 가능한 이례적인 프로젝트였다”며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건물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해주는 의미 있고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또한 “건축가로서 완성된 모습에 만족한다”며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은 안에서 일하는 사람과 시민에게 너그러움을 심어주는 건물로, 단순한 사무실이 아니라 회사와 도시를 연결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3층에서 바라본 내부 모습.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진 대형 공간 아트리움은 지역 주민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소통형 개방 공간으로 조성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4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 3층에서 바라본 내부 모습.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진 대형 공간 아트리움은 지역 주민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소통형 개방 공간으로 조성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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