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업무오찬을 한 뒤 산책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업무오찬을 한 뒤 산책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면서 북한의 ‘인권유린’을 둘러싼 우려를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미 언론이 13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떠나기 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한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에서 행해진 인권유린과 처형들에 대한 질문에 “김정은은 터프가이”라며 “다른 많은 이들도 정말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답했다.

협상 대상인 김 위원장이 ‘살인자’가 아니냐는 앵커의 지적에는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유리한 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라고 오히려 칭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들려오는 모든 이야기를 고려하면,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라고 인정했다.

이에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를 추구하면서 김 위원장의 인권유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진단했다.

의회전문매체인 ‘더힐’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인권유린에 대한 우려를 무시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 후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언급한 질문이 나오자 “(웜비어)그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고 평생 기억할 것”이라며 “웜비어의 죽음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가장 거슬리는 발언’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지난 며칠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및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놓고 많은 잘못된 발언을 했다. 일부는 악의 없고 일부는 타당하지만, 한가지는 둔감하고 거슬리며 해롭다”며 ‘김정은의 나라가 그를 사랑한다’는 ABC방송 인터뷰 내용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 인터뷰에서 이러한 주장을 한 후 “그의 국민은 열정이 보인다. 그들은 엄청난 열정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WP는 “그렇다. 열정이 보인다”며 “왜냐하면 그들의 지도자에게 열정을 보이지 않는 북한인은 누구라도 결국 수용소로 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누구도 북한에서 미스터 김을 비판하고 살아남을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EJ 디온도 WP에 “인권은 종종 현실정치에 기초한 국가안보에 대한 계산에 따라 차순위로 밀려나곤 한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의 잔인성을 단순히 간과한 정도가 아니라 김 위원장을 ‘매우 열려있는’ ‘매우 훌륭한’ ‘매우 똑똑한’ 등의 수식어로 잔뜩 칭찬했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7월 미 독자제재에 따른 인권제재 대상으로 현재 입국이 불허된 상태다. 유엔도 북한의 ‘인권유린에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권고하는 대북 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 인권 탄압 실태를 알리며 북한을 압박해 왔다.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국회 연설에서 북한을 ‘감옥 국가’로, 김 위원장을 ‘잔혹한 독재자’로 칭했다. 올해 1월 국정연설에서는 탈북자 지성호씨를 특별 손님으로 초청해 그를 ‘섬뜩한 북한 정권 목격자’로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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