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신임 공동이사장 이영훈(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총회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지 나뉘는 한국교회

한기총 전 대표회장, NCCK와 정반대 목소리

한국교회 두 진영, 정치적 사안마다 평행구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보수-진보진영의 입장차가 극명한 한국개신교. ‘이-팔’ 문제에서도 한국교회 두 진영의 활동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친미성향이 강한 한국교회 보수진영 목회자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지난 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오리엔트 호텔 알렌비홀에서 열린 ‘이스라엘 독립 70주년 기념 예루살렘 기도회’에 참석해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 핀란드, 독일, 프랑스, 나이지리아, 인도 등 70개국 600여명의 정치‧종교, 정부인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목사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 국가조찬기도회에서 10여 분간 메시지를 전했다. 이 목사의 예루살렘 방문은 예고된 수순처럼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14일 미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미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4일 후인 18일 여의도순복음교회 60주년 기념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뉴데스티니크리스천센터,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복음주의자문위원장) 목사가 등장했다. 그는 방한 당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에 대해 “조 목사의 기도훈련과 성령사역은 미국교회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미국의 많은 크리스천이 그를 존경하고 있다”라는 등 호평을 쏟아낸 바 있다.

이렇듯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미국 보수 개신교계와 두터운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이 상황만 봐도 이영훈 목사가 미국 대사관이 설치된 예루살렘에 초정된 것도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잇따른 한반도 화해무드로 최근 들어 부쩍 한국인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는 국제사회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이영훈 목사는 이스라엘 독립 70주년을 축하하며 “예루살렘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자”는 말로 이날 메시지를 시작했다. 그는 이스라엘 독립 70주년에 대해 주전 586년 남유다가 바벨론에 멸망돼 70년 포로생활을 하다가 예루살렘으로 귀환한 사건과 빗대 “이것이 하나님의 역사”라고 해석했다.

이 목사의 이같은 메시지는 한국교회 진보진영의 입장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보수-진보진영으로 나뉜 한국개신교의 토양 때문이다.

이영훈 목사는 한국교회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를 줄곧 맡아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맡았던 목회자다. 한기총은 태생부터가 보수 정치계를 지지하기 위해 탄생됐고, 그간 정치적인 사안에서 보수 측과 줄곧 한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등 시위를 벌이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드는 등 짙은 ‘친미’ ‘친이스라엘’ 성향을 표출해왔다.

반면 한국교회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인권을 강조하며 권력 층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NCCK는 2011년 ‘팔레스타인평화를위한한국그리스도인연대(KCNPP)’를 구성해 팔레스타인 지역의 그리스도인들을 만나고, 성지를 방문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5년부터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ncil of Churches)와 함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를 위한 세계기도주간(매년 9월 셋째 주)’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팔레스타인 소식을 한국교회에 알리고자 팔레스타인 이뉴스 발간을 시작했다. 지난 4월 22~28일까지는 회원교회와 연합기관을 중심으로 한국교회 팔레스타인 방문단을 구성해 제1회 한국-팔레스타인 양국교회협의회를 진행하고 귀국했다. 양국교회협의회는 공동의 협력 창구, JWG(Joint Working Group)를 조직하기로 협의했고, 앞으로도 팔레스타인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만나 연대할 방침을 밝혔다.

정치적 문제와 관련해 한국 개신교는 항상 보수-진보진영으로 나뉘어 극단적인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이 구도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올해 이스라엘은 건국 70주년을 맞았다. 팔레스타인은 반대로 나크바(Nakba, 아랍어로 재앙-catastrophe) 70년이 됐다.

1948년 5월 14일은 이스라엘이 유대 국가 수립을 선언한 날, 즉 독립기념일이다. 1917년 영국은 유대인에게 이스라엘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하는 ‘벨푸어 선언’을 했고, 1947년 11월 29일 UN총회는 결의안 제181호(팔레스타인 분할결의안)를 채택해 유대인-아랍인 지역으로 분할할 것, 예루살렘을 이 두 구역과 독립된 UN감독 하에 ‘하나의 분할체(corpus separatum)’로 둘 것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팔레스타인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아랍국가들의 공격으로 전쟁이 이어져 팔레스타인인들은 학살을 당했고 130만명이 터전을 빼앗겼다.

UN은 100번도 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예루살렘 문제나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권 등을 논의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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